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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디 Nov 08. 2022

아기와 함께 한 제주 보름 살이 - 준비 편

볕 좋고 날 좋던 계절에 가족과 함께 제주 보름 살이를 하고 왔다. 언택트 시대가 자리 잡으면서 휴가지에서 일을 하기도 하는데 육아도 집에서만 하란 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복직을 하게 되면 장기간 휴가를 내기가 어려울 테고, 지금이 제주살이를 하고 오기에 좋은 타이밍인 것 같아 남편도 2주 간 휴가를 내어 다 같이 제주에 다녀왔다.



1. 제주살이의 목적


남편과 나는 제주 보름 살이를 준비하면서 무엇에 중점을 둔 여행을 할까 고민했다.


1) '제주 여행을 할 것인가?' (ex. 맛집, 카페, 사진 찍기 좋은 곳 방문 등)

2) '아기가 좋아할 곳을 갈 것인가?' (ex. 아기 수영장, 놀이공간, 가든 방문 등)

3) '정말 제주에서 살다 올 것인가?'


 번째 여행 스타일은 이미 둘이서 많이  보았다. 제주에서 만난 부부답게 제주도는 숱하게 다녀왔다. 대부분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번째 여행 스타일을 많이 택하는  같다. 그것도 좋지만 나름 길게 다녀오는 여행인 만큼 느긋하게 살다 오고 싶었다. 그리고 아기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고 싶지도 않았다. 평소 우리는 아기와의 관계에 있어서 부모가 '주'이며, 자식은 '객'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는 나와 남편이고 아기는 우리와 함께하는 동행인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대신 우리 삶에 찾아온 보물 같은 손님. 그렇다고 손님을 왕처럼 모시고 싶진 않다.)


하정훈 소아과 선생님 -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는 주객이 되어야 하는데 최근 부모들은 반대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 번째를 택했다. 적당히 요리도 해 먹고, 숙소 주변을 매일 산책하고, 가끔씩 차를 타고 이동해 멋진 공간도 다녀오는 그런 하루하루를 꿈꿨다. '실제 젊은 제주도민 부부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상상해 보았고 우리는 우리만의 제주살이를 그렸다.



2. 숙소 정하기


먼저, 보름 동안 지낼 숙소 두 곳을 예약했다. 한 곳에서 일주일 씩 머무를 예정이었다. 숙소를 고를 때는 몇 가지 가이드를 세웠다. 제주살이는 우리 부부를 위한 것이지만 숙소를 정할 땐 아기의 컨디션도 많이 고려했다.


1) 조식을 제공하는 곳

- 조금이라도 가사 노동을 줄이기 위해 아침을 주는 곳으로 택했다.

2) 아기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

- 문만 열고 나가면 아기가 뛰어 놀 마당이 있는 곳을 원했다.

3)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쉬운 곳

- 혹시라도 아기가 아플  병원에   있도록 응급실이 20 이내 위치한 곳으로 정했.

4) 숙소가 실제 도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에 속해 있거나 주변 산책할 곳이 많은 곳

- 숙박시설이 즐비한 곳이나 산책로가 적은 도심지는 피했다.

5) 여행 첫날 아기의 컨디션을 고려해 공항과 멀지 않은 곳

- 아기의  비행이자 장거리 이동이었기에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있도록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번째 숙소를 잡았다.


가이드 안에서 숙소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쉽게 좁혀졌다.  번째 숙소는 제주의 전통 농가 주택으로 조금은 허름하지만 인간미가 느껴졌고 앞마당이 있어서 아기가 수시로 뛰어놀기 좋았다. 무엇보다 주변에 도민들이 사는 집이 모여 있어서 정말 ‘제주에 살아보는 여행 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번째 숙소는 서귀포시로 내려가서 잡았다. 마찬가지로 마당이 있었고 주변은 조금 한산했지만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산책하기에 좋았다.



3. 렌터카 & 카시트 예약하기


제주도 여행객 증가로 렌터카 예약이 많이 비싸졌다고 들어서 조금 걱정했다. 게다가 우리는 2주 동안 머무는 일정이라 예상 가격을 뽑아보니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고민이 될 때쯤, 우리의 제주 살이 목적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차가 꼭 필요할까? 매일 동네 산책하고, 숙소 앞마당에서 뛰어놀고, 근처 밥집 찾아다니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꿈꿨는데? 생각해보니 차를 2주 내내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숙소를 한 번 이동할 때 차를 빌리기로 하였고, 가고 싶은 곳이 있을 경우 차가 있을 때 몰아서 가기로 했다. 


렌터카 업체보다 쉐어링카를 이용하는 게 더 저렴하였다. 첫 번째 숙소 근처에 픽업 장소가 있어서 1주 차 여행 때도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1~2일만 짧게 빌려서 이용했다. 아기와 함께하므로 카시트는 필수였다. 다행히 모든 렌터카/카쉐어링 업체들은 연계된 카시트 업체가 있었고 예약 시 미리 얘기해두면 우리가 탈 차에 카시트를 미리 설치해두었다. 



4. 식사 및 아기 용품 준비하기


숙소와 항공권, 렌터카, 카시트를 예약하고 나니 더 이상 알아볼 건 없었다. 우린 제주여행이 아닌 제주살이를 할 거였기 때문에 일정을 짜는데 시간을 쓰진 않았다. 대신 여행 짐을 싸는 데는 오래 걸렸다. 남편과 나, 둘만의 여행을 떠날 때와는 달리 아기 한 명 늘었을 뿐인데 짐은 두 배로 늘었다. 평소에도 아기 용품들은 필요할 때 바로 오프라인에서 구하는 게 쉽지 않아서 빠트리지 않기 위해 준비 목록을 세밀하게 작성해서 챙겼다. 엄마들의 필수품 쿠팡 와우도 제주에선 쓸 수 없기에 더 꼼꼼하게 챙겨갔다.


아기가 이제  돌이 지났기 때문에 식사가 문제였다.  끼니를  먹기에는 아기가 먹을  있는  제한되어서 불가능했다. 다행히 조식은 주로 전복죽, 보말죽  제주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메뉴라서 아기와 나눠 을 수 있었다. 제주살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제주에 가서도 아기의 밥을 차리느라 많은 시간을 뺏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제주도로 배송이 가능한 이유식 업체를 찾아서 2  음식을 예약 주문해놨다.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나와 남편이 먹을 것도 계속 바깥 음식을 먹기에는 질리고 돈도 많이 들어서 이마트 쓱배송으로 몇 가지 식료품을 주문해놨다. 부피가 큰 아기 기저귀, 아기 과자도 같이 쓱배송으로 주문했더니 가져갈 짐이 쑤욱 줄었다. 먹을 것과 생필품까지 한 번에 다 해결되니 제주살이 준비가 더욱 단출해졌다.


생각보다 적은 3인 가족의 제주살이 짐과 기내에서 얌전한 아가





이제 정말 떠날 일만 남았었다. ‘내가 제주살이를 간다고? 그것도 우리 아기와 함께?’ 믿기지 않았다. 남편 회사 일에 문제가 생겨 휴가가 취소되거나 단축되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걱정은  그렇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김포공항을 갔고, 연착도 없이 아주 매끄럽게 제주에 도착했다. 마치 해외에  것 같은 기분을  만드는 야자수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반가워 제주! 2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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