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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디 Jul 11. 2023

손톱 깎기의 재미

출근길 단편집

난 손톱, 발톱 깎는 일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네일샵에 가서 힐링하지만 나는 걷어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가끔 얼굴을 만지다 느껴지는 커다란 피지를 짜내는 것도 흥미롭다. 사실 더러워서 적지 못하지만 내 몸에서 무언가를 빼내는 일에 다 쾌감을 느끼는 편이다.


대학 시절에 ‘여가생활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이 있었다. 학점을 채우려고 별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수업 내용이 무척 색달랐다. 자신의 여가 생활을 채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며, 조별로 어떻게 놀았는지 보고하라고 했다. 중간고사 시험 주제는 ‘취미 생활 20가지 이상 적기‘였다.


나는 여러 취미를 적어 내려가다, (다른 것을 충분히 지어낼 수 있었지만 진정성을 위해) 손톱•발톱 깎기를 적었다. 나에겐 충분한 시간과 여러 장비를 들여서 주말에만 하는 취미라고 생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수님이 내 답안지를 보시고는 그 답변에 엑스표를 치시고 아주 낮은 점수를 줬다. 소심했던 나는 한 마디도 못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된다며 항의를 해야 마땅하지만.


유튜브에서 피지 뽑기, 내성발톱 제거하기와 같은 영상들이 인기가 있다. 나처럼 몸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그래 그건 틀린 게 아니야. 달랐을 뿐이야!’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야’라고 단정 지어 버린 교수님께 제대로 말하고 싶다. 여전히 손톱깎기는 내게 기쁨을 주는 취미라고. 빠르게 쳐내는 그런 과정이 아니라, 온전히 내 시간이 주어졌을 때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완성해 나가는 나만의 여가 생활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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