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단편집
제법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기 시작한 딸이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어느 날은 집안일을 하느라 같이 놀자는 아기의 보챔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주지 못하자 “엄마 안 사랑해!!!”라고 아픈 말을 던졌다.
아기의 마음이 진심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 한 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똑같이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사랑이 넘쳐나서 그런지 장난으로라도 말을 뱉지 못했다. ”엄마는 그래도 우리 아가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랑해“ 시무룩해진 얼굴로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기도 조금 미안했는지 괜히 딴청을 피운다.
자주 퇴근이 늦어지고, 주말에도 촬영으로 오랜 시간 집을 비우자 아이는 아빠와 유독 가까워졌다. 내가 4박 5일 해외 출장을 다녀와도 아이의 넘버원은 항상 엄마였는데 이제 순서가 바뀌었다. 아빠를 더 사랑한단다. 남편은 아기가 엄마만 좋아한다고 말해도 섭섭해하지 않았는데 나는 사랑의 순위를 뺏기자 이별 통보받은 느낌이다.
내가 서운함을 느낀 걸 알아차렸는지 자기 전에 엄마에게 안기며 “엄마 사랑해~”라며 잔뜩 애교를 부린다. 그럼 나는 또 유치하게 묻는다.
“엄마 진짜 사랑해?”, “엄마 진짜 사랑해!!!”
스무 살의 풋풋한 연애를 아이와 하고 있다. 별 것 아닌 말에 토라지고, 사랑한다는 말에 온 세상을 갖는 기분. 아이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오늘도 서둘러 퇴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