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주디 Aug 24. 2023

엄마라면 예민하게

출근길 단편집

나는 사실 예민한 엄마가 아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무딘 부모를 택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위생 면에서도 지켜야 할 수준만 챙기고 그 이상 예민하게 굴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 예민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이 케어에 너무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육아에 너무 쏟다 보면 보상심리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기대하게 되는 게 많을 것 같아서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만 지키려고 했다.


그럼에도 유독 예민해지는 영역이 있다. 바로 아이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아이가 저녁 8시만 넘어도 집 안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일찍이 교육시켰다. 한창 뛰어놀고 싶을 때라 그 마음을 억제시키는 게 안쓰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남에게 피해를 줘가며 우리 애의 욕구만 챙겨 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꾸준히 얘기하자 아이는 늦은 시간이 되면 살금살금 걷는 게 습관이 됐다.


또 하나 예민하게 생각하는 영역은 공공장소 예절이다. 이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우리 부부의 성향이 반영됐다. 나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아이가 절대 뛰어다니지 못하게 한다. 음식물을 들고 가던 타인과 우리 아이와 부딪힌다면 당연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카페에서 신경 써서 배치해 둔 소품을 마음대로 만지게 하지도 않는다. 그곳은 우리 아이의 놀이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를 꼭 치우고 간다. 아이와 식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음식물이 많이 떨어진다. 이제 막 혼자 먹는 연습을 시작한 돌쟁이 무렵에는 훨씬 더 심각했다. 자기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바닥에 음식물을 마구 던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나는 그럴 때면 아이가 아무리 어린 월령이라 하더라도 단호하게 말하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모두 손수 치웠다. 가게 사장님께서 ‘아기 손님 다녀가면 어질러지고 힘들어~’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아이가 흘린 음식물을 치우는 것이 가게의 서비스 비용에 당연히 포함된 일이라고 생각하여 엉망진창인 상태로 그대로 두고 가는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다. 하물며 성인이 밥을 먹다가 바닥에 온통 쏟더라도 직원분께 죄송하다고 말하며 양해를 구하지 않는가. 치울 수 없는 여건이라면 양해를 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도 가지는 게 부모가 가져야 할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치킨집에 아이들과 함께 온 손님이 식탁에 쓰레기를 가득 놓고 가고 심지어 기저귀까지 갈아서 그대로 두고 갔다는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무슨 심리인 걸까. 돈을 지불하고 치킨을 주문하면 식당에서 발생한 쓰레기 외에 나머지를 치우는 것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공감할 줄 아는 힘이 무뎌진 엄마들이 많아져서 아쉽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개념 있고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들까지도 '맘충'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싸잡아 욕먹는 것도 슬프다.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에게 좋은 것만 주려고 예민해지지 말고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예민하게 행동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게 자녀를 위한 훌륭한 교육이라는 점도 알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안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