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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Nov 09. 2024

'불안'이 '선택'이 아닌 10대의 진로선택을 위해

WITH 대학별 전공 선택 



7일 오후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앞에 마련된 사회학과 추모 행사. 김규현 기자


대구대가 사회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대구대 사회학과가 '추모제'를 열었다고 합니다. 

경제 성장의 정체와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된 시대의 변화 속에 인문학, 사회과학 등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 '위기'는 '취업'의 문제입니다. 


오늘은 우선 '진로선택-대입-취업-아이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각 계열별 취업률 추이의 공식 데이터를 공유하겠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은 불안의 상상과 그 수치가 다르지 않더라도 확실히 확인하면 오히려 줄어들기도 합니다. '의대'와 '공학'계열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학부모님과 학생에게 오히려 힘이 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한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30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고 합니다. 

경제 성장의 정체와 학벌 사회의 지속 속에 지금의 30대는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에 대한 걱정이 '먹고사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의 표현으로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좋은' 시기인 고등학생들에게 먹고사는 문제의 불안감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30대 중반이 된 제자가 술잔을 나누며 20대 중반에  했던 비유적 표현이 생각납니다. 


"부모님 밑에서 소고기 먹고살았는데, 돼지고기를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이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어요 ~"


한참 전부터 우리에게 '가난'과 '경제적 어려움'은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이었습니다. 그리고 양극화의 심화로 '상대적 빈곤'의 비애는 더 확산되고, 고등학생이 자신의 진로 결정에 '먹고사는 문제'를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절대적 빈곤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고등학생의 진로 선택, 대학에서의 취업을 위한 치열한 경쟁.

역사상 가장 대단한 스펙을 쌓은 20대가 '먹고사는 문제에 가장 불안한' 20대가 되어버렸고, 고등학생이 꿈을 꾸는데 있어서 벌써 먹고 사는 문제에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빈곤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분명 취업 불안이 경제적 절대 빈곤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에서 벗어난 나라입니다. 

결국 '상대적 빈곤에 의한 박탈감의 불안감'이 큰 나라입니다. 


10대와 20대가 이 불안감에 가장 취약합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의 치열함', '여전히 권위적인 사회조직'의 문제로 여전히 비주류지만 최근 20대에게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선택의 양상이 나타납니다. 


연세대 졸업생의 도배사로서의 삶이 화제가 되면서, '월 500 이상 가능한 도배사'와 같이 권위적인 사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힘든 강도의 노동을 통해 경제생활을 유지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유튜브를 보면 월 500 이상 가능하다는  '줄 눈 시공', '미장 전문가' 등  힘든 노동을 수반해야 하지만 노동시간이 유연하고, 권위적인 사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나의 선택과 의지가 더 많이 반영되는 직업에 대한 콘텐츠가 고학력 20~30대에게도 흥미를 끕니다. 


한때 경제적 안정성의 상징으로 괜찮은 직업으로 평가되었던 9급 공무원의 경쟁률이 줄고 현직에서 이탈하고, 초등 교사의 대입 경쟁률 하락과 임용 포기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 우리나라에서 20대는 고만고만한 경제적 수입으로 안정적으로 살기, 그리고 여전히 기성세대의 권위적인 문화를 견뎌내기는 어렵습니다.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후 최초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세대가 등장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화적 향유 그리고 즐거운 향락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경제 사정은 좋지 않지만 그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합니다. '소확행'을 누리는데 진심이고, '가취관(가벼운 취향 중심의 관계)'을 추구합니다. 

이들에게 '돈의 부족함'은 단순히 먹고사는데 어려움은 아닙니다. 문화와 취향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데 있어서 그것을 풍요롭게 누리지 못하는 경제력의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그리고 학부모가 좋은 대학을 그리고 취업이 유리한 학과를 고민하는 것은 결코  '일정 이상의 소득이 보상된 삶' 때문만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자본에는 세 가지가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자본을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자본 세 가지로 나누어 사회 불평등을 이야기했습니다. 


경제적 자본은 돈과 재산 같은 물질적 자산을 의미하며, 즉각적으로 교환 가능한 자원으로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합니다. 

문화적 자본은 지식, 교육 수준, 취향, 언어 사용 능력 등 비물질적 요소로, 주로 교육을 통해 내면화되거나 학위와 같은 형태로 제도화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사회 내 특정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며, 세습되는 경향이 있어 사회 계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적 자본은 가족, 친구, 지인 등의 네트워크와 신뢰에서 비롯된 자본입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 다양한 자원과 기회를 얻고, 이는 경제적, 문화적 자본의 획득을 돕기도 합니다.


각각 기업인이나 부동산 자산가, 교수나 작가, 정치인이나 핵심 관료 등이 대표적인 직업 또는 지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초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경제자본(eoconomic capital)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화폐로 태환(兌換) 가능하며, 재산권과 같은 형태로 제도화될 수 있다.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은 특정한 조건에서 경제자본으로 태환 가능하며, 교육적 자격과 같은 형태로 제도화될 수 있다. 사회(관계) 자본(social capital)은 사회적 의무(연줄)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한 조건에서 경제자본으로 태환이 가능하다.”(Bourdieu, 1986: 47)


대부분의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단순 경제 자본에 우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까지 고루 갖춘 그리고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그래서 '돈'의 너머에 있는 가치 있고 교양 있고 풍요롭고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며 살기를 원할 겁니다. (물론 특정 자본에서 우위에 서는 사람이 되면 다른 자본의 획득이 매우 용이하고 각 자본은 세습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래서 이 불안의 시대에 입학만 하면 다수의 자본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은 의대 열풍이 엄청납니다. 그러다보니 의대는 특정자본이 세습된 아이들이 경쟁력 우위를 점합니다.


남들보다 빨리 1억을 모으고, 2억을 모으고, 3억을 모을 수 있는 아이가 목표인가요?


'가능성의 희박하다'라는 공통의 전제조건적인 우려와 걱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가능성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울대 진학 성공',' 의대합격'이 가능성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는 않다고 가정해도 빨리 경제적 안정을 찾기 위해,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고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대학을 포기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콘텐츠 제작 연습에 전념하는 것, 연봉 몇 십억의 게이머가 되기 위해 하루 종일 게임에 몰두하는 것, 좀 더 빨리 부동산 자산가가 되기 위해 공인중개사와 경매 관련 공부를 하는 것, 또는 도배사, 줄 눈 시공 견습생의 삶을 선택하는 것을 지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서울대를 나온다 하더라도 남들보다 빨리 1억의, 2억의, 3억의 자산가가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물론 의대는 가능성이 많이 보장됩니다. 


작가의 삶은 대부분 고됩니다. 

한강 작가 정도의 문화 자본력을 가지면 경제 자본력과 사회 자본력이 따라오지만 한강 정도의 작가가 되지 못하면 그 삶은 참 고됩니다. 


가능성만 보면 모든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한강'의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아이를 전문의를 만들기 위해 '인문대' 대신 '공대'나 '의대'를 목표로 하는 삶을 살게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네이버 의장이 될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아이를 서울대병원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떤까요?


한강처럼은 아니더라도 한강과 유사한 삶을 살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은, 네이버 의장이 아니더라도 개발자로서 사회에 인정받을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은 그런 아이를 의대를 목표로 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곳으로 향하면 기대되는 평균 경제 자본이 부족하더라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경제 자본력을 획득할 수 있는, 경제 자본은 부족하더라도 사회 자본력또는 문화 자본력을 획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킬 가능성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얼마 전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행복은 생존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야생에서 살아나기 힘듦에도 화려하고 무거운 장식을 더욱 크게 키워야만 생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수컷 공작새의 꼬리와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행복'은 생존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행복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청소년, 노인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합니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 연애도 결혼도 포기하면서  '소확행'에 몰두하고 '가취관'을 추구하고 심지어는 '욜로(YOLO)'를 외치는 20대를 기성세대는 비난합니다. 하지만 그건 '불안한 시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한 20대의 생존방식입니다. 

학부모가 아이의 의대 진학, 서울대 합격을 원하는 것은 '우리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행복은 생존 본능입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돼'라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비현실적이고 너무도 이상적인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좋은 진로 선정과 전공 선택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적 성공은 지금 가장 아이가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아이가 그렇게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10대의 불안'을 이해하고 '그 불안'을 제거해 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학 합격, 학생부 종합전형의 '대박'에  가장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이지 결정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전공별 취업률

* 출처. '대학 학과·전공 운영 실태 조사'_한국교육개발원_2023.12


① 인문계열 


"언어학과에 주목해보자"


역시 인문계열의 취업률을 처참합니다. 

그런데 언어학의 취업률이 5년 간 10%나 상승했습니다.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해봅니다. 


지인 중 자녀가 미국에 취업한 분이 있습니다. 

메타, 아마존 등을 옮겨다니며 중장기 프로젝트를 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대학 전공이 언어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언어학을 더 공부하고, 데이터 과학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분입니다. 교장 월급 예상만큼 많지 않습니다. 장학금 조건 등이 맞지 않았으면 유학을 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AI 사업의 확대로 이런 기업에서 AI 한국어 지원 서비스 관련 일을 한다고 합니다. 


언어학이 좋아서 언어학을 했을 뿐인데 시대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가졌습니다. 부모가 경영학과를 고집했으면 지금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사범대를 선택했을 때 부모님이 경영학과를 강요했습니다. 입학 당시에는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별로였습니다. 특히 남자교사에 대한 인식은 더욱 그러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니 세상이 달라져 있더군요. 대학에 맞춰 낮은 학과를 선택했던 교사에 뜻이 전혀 없다던 수많은 동기, 선배들이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고작 2년 만에 )


언어학의 취업률 상승에 대한 추측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의 일부를 통한 유추입니다. 

관련 전공자, 관련 업계 종사하는 분 있으며 언어학과의 취업률 상승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② 사회과학·경상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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