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양육법
음? 제목이 너무 거창한데?
부부 둘 다 아이폰을 사용하다보니 아이폰 메모앱의 공유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해야 할 일부터 장봐야 하는 물품 목록, 연간 금융계획 등등. 아이를 키우면서는 아이와 관련된 이슈를 차곡차곡 기록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잠이 오지 않는 틈을 타 '아이 키우기(규칙편)'을 신설해서 업로드를 해두었다. 아래는 그 내용 붙여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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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작성한 내용에 이의가 있을 시 별도로 마킹한 후 의견을 교환하세요.
+ 해당 메모를 수시로 들여다보며 내용을 상기하세요.
+ 부모 두사람 다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내용을 작성했다는 것을 기반으로 두고 의견을 나누어 싸우지 않도록 합시다.
+ 평소 규칙적으로 지키고 있는 룰이 있는데 하단에 기재되지 않았다면 당연하게 지켜야 하는 룰이기 때문입니다. 혹 상대방은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나는 아닐 경우 이의를 제기하고 조율하여 하단에 기재하세요.
먹이기
다음의 음식은 최대한 늦게 먹인다. [짜장면, 곰국, 햄버거, 라면, 회와 게장 등 조리하지 않은 날 것, 매운 것, 설탕시럽이 범벅된 빵과 과자]
아이가 졸려 할 때 음식을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부모가 아직 먹이지 않겠다고 결정한 음식을 타인이 먹이려 들 시 단호하게 거절한다.(본인 부모는 본인이 마크한다)
약 혹은 약이 들어있는 약통은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아이가 가지고 놀다 삼키지 않도록 주의해서 본다.
훈육
때리지 않는다.
맴매할거야. 이 놈! 등 겁을 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00하지 않으면 00 안해준다. 혹은 00하지 않으면 경찰아저씨(혹은 누군가)한테 혼난다. 등의 협박성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 00를 해야 00를 할 수 있어. 00이는 어떻게 할래? 혹은 00이가 00를 하면 엄마가 속상해 등으로 대체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혼내거나 비꼬지 않는다.(00이는 잘하는데 00이는 왜 못해?)
아이를 혼내는 이유가 아이가 정말로 잘못해서인지 부모가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아서 등의 나 개인의 감정적 문제 때문인지를 항상 구별하려 애쓴다.
훈육하는 일이 끝나면 부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되도록 빠르게 수습하고 아이와 스킨십을 통해 아이를 사랑하여 훈육하였음을 전달한다.
같은 말 혹은 문장을 세 번 이상 반복하여 훈육하지 않는다. (이거 누가 그랬어? 누가? 누가?! 누가?!!! - 반복하여 말하는동안 내 감정이 고양되기 때문)
아이가 얼굴을 익힌 사람이 많은 장소인 경우 아이를 조용한 곳(예: 다같이 거실에 있으면 작은방)으로 데리고 가 훈육한다. 이 경우 규칙에 따라 훈육을 진행하는데 타인으로 인해 방해받을 경우 타인에게 훈육은 부모의 몫임을 단호하게 알린다.(본인 부모는 본인이 마크)
생활
쪽쪽이, 젖병, 기저귀 등을 떼는 시기를 정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물건 혹은 사물을 가리킬 땐 지시대명사를 사용하지 말고 정확한 명사로 지칭하여 가르친다.(이거 여기에 버려 x, 기저귀는 휴지통에 버려 ㅇ)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나 의문은 즉시 문의하여 해결한다.(선생님께 실례가 아닐까? 보다 아이 감정과 상황을 돌보는 것이 우선임을 명심한다)
아이가 만지면 위험한 물건은 반드시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둔다.
부모의 마음가짐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본다.
아이에게 거는 장난이 나와 동등한 지위에 있거나 내가 존중하는 이에게 할 수 있는 장난인지 생각하고 한다.
아이는 리모컨이나 심부름꾼이 아님을 인지한다.(교육 목적의 심부름 ㅇ, 내가 귀찮아서 시키는 x)
아이에게 성차별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남자애는 울면 안돼, 넌 남자애가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해 또는 여자애들은 원래 그래, 남자애가 그럴 수도 있지 등)
아이 앞에서 부모가 다퉜을 때 이 일이 어떤 이유로 생겼고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등의 상황을 반드시 설명한다.
아이가 손으로 잡고 있는 물건을 아이 동의없이 빼앗지 않는다.(주세요~해서 받아야 함) 단, 칼 혹은 라이터 등 위험한 물건은 빼았되 그 이유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설명한다.
아플 때
열이 날 경우 38.5도 까진 가정보육, 넘어가면 병원을 방문한다.
목이 막혔을 때는 하임리히법을 숙지하여 대처하고 목을 막은 이물질이 나오면 보관한 후 아이에게 이상반응이 있어 병원방문 시 소지한다.(이상반응이 없더라도 최소 3일간 아이의 반응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함)
머리를 크게 부디친 경우 아이가 구토를 하고, 눈동자가 올바르지 않고, 심하게 보채며, 축 처지는 지 등을 확인하여 해당하는 경우 병원을 방문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가정보육하며 최소 3일간 경과를 지켜본다.
위급한 상황인지 헷갈릴 때는 ‘119에 전화 -> 아기 의료상담을 하고 싶어요 -> 상담’ 후 해결 방법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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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내 것이 아님을, 내가 아이를 일방적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며 같이 크고 있는 것임을 항상 되새김질 하려 한다. 아이는 아이만의 세계와 정체성이 있고 나 또한 그러므로 서로의 세계와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교류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아이와 나 자신을 존중하는 육아가 가능한 것 같다. 내가 더 크고 오래 살았기 때문에 아이를 가르치고 돌봐야 하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하되 그 외의 부분에선 한발자국 물러나 있는 육아.
메모를 신설하고 지금까진 추가 업데이트 항목이 없었다. 아마 업데이트는 시행착오가 쌓이는 만큼 늘어나겠지. 남편도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하지만 사소하고 소소한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그 부분은 공유, 또 공유로 개선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