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저녁 Jun 19. 2019

[밀려쓰는 육아일기] 생후 19개월

아이는 모방의 천재?!

"해온아 엄마 배고파, 맘마 줘 아~"

열심히 놀고 있는 아이에게 뜬금없이 맘마를 달라며 들이대 보았다. 당황한 아이가 경직된 자세로 눈알을 오른쪽, 왼쪽 데굴데굴 굴리며 이게 무슨 상황인가 고민하는데 아랑곳 하지 않고 '맘마~아~아~' 하며 재촉하니 이내 쪼르르 달려가 주방을 열심히 뒤적이기 시작한다. 깨끔발을 들어 밥통에 손을 대보기도 하고 식탁 주위를 요리조리 둘러보며 먹을 것이 있나 찾아보던 아이는 먹을 만한 것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결국 서랍에 있던 국자와 스패츌라를 들고 와 나에게 맘마 먹이는 시늉을 했다. 와구와구 먹는 척을 하니 만족했는지 꺄르르 웃길래 장난끼가 발동한 내가 '이거 맘마 아니잖아~맘마 줘 맘마~'하며 다시 아이를 채근하니 아~하고 벌린 내 입에 본인의 손을 쑥 집어넣었....


밥도 혼자 잘 먹어요


아빠가 엄마를 간지르며 장난을 치면 본인도 달려와 엄마를 간지르는 시늉을 한다. '아이 간지러워'하고 도망가는 척을 하면 어찌나 즐거워 하는지 간지럽히고 도망하고 간지럽히고 도망하는 장난을 무한반복하는데 장난이 길어지면 나도 모르게 남편을 도끼눈을 뜨고 보게된다. 아니! 왜! 날 간지럽혀서!!! 한번은 뽀로로와 친구들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나도 넘어지는 시늉을 해보였다가 장장 이틀에 걸쳐 체감상 백번은 넘어져야 했드...


요거트 뚜껑 핥아먹는 아빠 흉내내기


19개월의 아이는 모방과 반복이 일상이다. 주위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쑥쑥 흡수해서 여러 번에 걸쳐 반복해 자기 것이 되면 그제서야 만족. 수용언어가 늘어나 이해하는 범위가 늘어나는 만큼 모방하는 행동도 정교해진다. 세면대 앞에 계단을 가져다 놓으면 스스로 올라가 어푸(세수)와 쓱싹(손 씻기) 하는 흉내를 내고 율동 동요 영상을 틀어놓으면 나팔이 뿌뿌하고 발을 쿵쿵하는 동작을 제법 잘 따라하는 식. 덕분에 엄마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축구하는 삼촌들처럼 나도!


할 수 있는 말도 많이 늘었다. 19개월에 접어서며 몸에 대한 호기심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부위를 하나하나 짚으며 이름을 알려주면 쉬운 발음의 부위명은 제법 잘 따라하게 되었다. 눈, 코, 귀, 발, 배 등은 엇비슷하게 발음하고 발가락, 손가락같은 말은 따라하진 못하지만 어디나고 물으면 가르키는 수준. 그 외에도 본인이 흥미있어 하는 사물이나 음식은 한두번만 말해줘도 기억해 두고두고 말하는데 요즘은 오랜만에 먹은 수박의 맛이 기억에 남았는지 수박 그림만 봐도 '우와~수박~우와~수박'하며 한동안 찾곤 했다. 물론 발음은 아직 부정확해서 수박보다는 'ㅅ우팍'에 가깝지만. 


18개월부터 열심히 연습해오던 짬푸짬푸는 19개월이 되며 많이 늘어 두 발이 동시에 지면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꽤 많아졌다. 덕분에 층간소음이 무서운 엄마는 집 안의 매트란 매트는 다 꺼내어 거실 바닥을 도배하고...하필 물려받은 매트가 동물그림이 잔뜩 그려진 알록달록한 디자인이라 무지(地)와 무채색을 선호하는 나는 볼 때마다 어지럽...하지만 요즘들어 동물이 눈에 들어오는 아이는 틈나면 바닥에 누워 어흥~어흥~거리며 열심히 구경하기에 내가 참는 것으로... 이렇게 미니멀라이프와 모던 인테리어는 점점 멀어지는가....엉엉...


타요와 공(풍선) 둘 다 포기할 수 없썽


여러가지 장난감이 있어도 공만은 꼭 손에 들고 있어야 했던 습관도 조금은 변했다.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공만 가지고 놀아 걱정이 된다며 집에 있는 공들을 치우시는게 어떻겠냐던 조언을 받았었는데(어린이집도 우리 아이 덕에 반에 있던 공들을 대부분 숨겨놓으셨다고...) 공을 치우기 보단 관심이 있어하는 다른 장난감을 좀 더 늘려주니 공에 대한 집착이 자연스레 줄어든 듯. 마침 19개월이 되며 종이에 그림 그리는 것을 재미있어 하여 여러 종류의 지류와 필기도구를 구비해주니 공놀이를 하다가도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흥미가 자연스레 옮겨지는 식. (근데 그림도 공만 그린다...나보고도 자꾸 공만 그려달래...어쩔...)


공은 여러 개를 한번에 가지고 놀아야 제 맛


15~6개월 즈음에 지인으로 부터 24개월 전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될 거란 말을 들었었다. 얼마 전까진 반신반의하던 말이었는데 20개월을 달리고 있는 요즘은 참 공감하는 말이 되었다. 아이의 발달이 어찌나 빠른지 아이와 주말에나 놀 수 있는 아빠는 발전된 아이의 모습을 따라잡기에 바쁘고 나도 우리 아이가 이번 주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게 되었다며 종알종알 알려주기 바쁘다ㅎㅎ 

20개월 중반이 된 요즘은 세음절로 이루어진 단어도 곧잘 따라해서 내 팔엔 하루에도 몇번씩 닭살이 돋아나는 중. 이러다가 문장으로 말하면 아이가 너무 예뻐서 기절한다는데 난 그때쯤 되면 관 짜고 누울 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밀려쓰는 육아일기] 생후 18개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