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저녁 May 28. 2019

[밀려쓰는 육아일기] 생후 18개월

다 내맘대로 하끄야

16개월 무렵부터 아이의 떼가 늘었다.

아이가 스스로 할 줄 아는 일이 늘어나며 육체적으로는 편해졌으나 아이의 떼부림을 감당하느라 정신적으로 피곤한 날들이 이어지며 다크써클이 발끝까지 내려온 날 보곤 동네엄마 왈. '이제 시작이에요. 18개월이 되면 18소리가 저절로 나올거에요ㅎ'.


아아 그녀의 예언은 진정 싸이언스...아이가 18개월로 접어들며 정말로 18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게 된 나는 한 잔의 술과 마음 속으로 수십번 내뱉은 욕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달래는 날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흰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덤. 그 누가 그랬던가 육아를 하며 느는 건 술과 노화 그리고 분노라고.


징징징


18개월 전까지 부리던 고집에는 그런대로 맥락이 있었다면 18개월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떼부림에는 맥락이 없어진다. 뭐 아이에게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겠으나 아이를 감당하는 부모의 입장에선 대체 이 아이 왜 이러는걸까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떼'랄까...? 하루는 본인이 공을 굴려놓고 공이 굴러갔다고 울고 하루는 나보고 공을 던지라기에 던졌더니 던졌다고 우는 맥락없는 상황들. 여기에 신체발달이 이루어지면서 본인의 몸 곳곳을 사용하는 것에 자신감이 붙은 아이의 저지레(?)가 더해지면 그 날의 쿨맘은 영업을 종료하고 미간을 세운 앵그리맘이 되어 꽥꽥 화를 내는 일들이 이어진다.


말귀라도 통하면 좋으련만...눈치가 발달해 왠만한 말들은 잘 알아듣는 아이이지만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 세워지기 전의 월령인지라 그 차이에 대한 협의를 이루어 내기가 참 쉽지가 않다. 으아아니 파리가 들끓는 개똥은 지지이고 나쁜거니까 만지면 안된다라는 말을 전달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단 말인가아아아아...


요거트를 먹을 때마다 매번 온 얼굴과 머리에 바르는 아이





이 무렵, 아이는 내가 알던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급격한 신체/인지 발달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특히 사물에 대한 인지발달은 그 간엔 같은 것을 반복하여 설명해줘도 딴청만 부리던 것이 이제는 한두번 설명했을 뿐인데 정확하게 짚어내는 식으로 크게 발전해서 많은 엄마들이 겪는다는 '내 아이가 혹시 천재?!'병이 나에게도 오는 중.

'시계'라는 사물에 대해 배우면 집안 곳곳을 다니며 시계를 찾아 가르키고 신체 부위 곳곳의 명칭을 한두번 알려준 것 뿐인데 해당 부위에 손가락질을 하며 척척 맞춰내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맘때 아이의 두뇌를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해내는 사람들이 천재라 불리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블록을 쌓거나 끼우고 빼는 일도 제법 능숙해졌다


헹동을 모방하는 행위의 수준도 높아져서 장난의 개념을 이해하고 따라하거나 응용해내기도 한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입을 아 벌린 후 모형 음식을 귀뒤로 넘기며 먹는 척 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귀 뒤로 넘기며 냠냠 먹는 것처럼 시늉을 한다거나 진짜 음식을 가지고도 귀 뒤로 넘겨 목 언저리에 숨기고는 없어졌다며 '어?' '어?' 하고 장난을 거는 식. 그 전까진 핑크퐁 율동동요를 틀어주면 입을 헤~벌리고 가만히 쳐다만 보는 일이 많았는데 18개월 후반에 접어드니 영상을 보며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율동을 해내는 경우도 많아져서 하루하루 놀라는 중. 그런데 꼭 사진이나 비디오로 찍으려고 하면 안하더라? 흥.





신체발달도 많이 늘었다.

어린이집 상담에서 우리 아이가 조심성이 많아 다른 아이들이 다 오르내리는 탁자에 올라가는 일도 없이 얌전하게 놀았는데 갑자기 어느 날부터 스스로 탁자에 오르고 내리는 행동을 하여 기특한 마음에 다른 아이들과 달리 제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날을 기점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집에서도 미끄럼틀과 같은 높은 곳을 혼자 오르고 내려오거나 낮은 높이의 계단을 스스로 오르내리려는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씩씩해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는데 정말 찰떡같은 표현인 것이 항상 가만히 주변을 관찰하던 아이가 능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활달하게 신체놀이를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니 이것도 18개월이라는 개월수의 마법인가 싶다.


낮은 계단은 혼자 오르고 사물의 높이가 무릎길이에 맞다 싶으면 뒷걸음질 쳐 혼자 안기도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19개월 후반인 아이는 엄마가 따라오던 말던 먼 곳까지 혼자 뛰어가버리거나 공원 운동기구에 혼자 올라가는 시도를 하는 등 씩씩함을 넘어 대범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아이의 이름을 하루에도 몇 번씩 목청껏 외쳐야 하는 나는...


엄마가 따라오지 않아도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밀려쓰는 육아일기]생후 16~17개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