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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Jul 10. 2019

육아 징크스

말하면 반대로

입이 방정이다.

’요즘 밥도 간식도 잘 먹어요’라고 하면 꼭 밥도 간식도 안 먹겠다 도리질을 치고 ‘요즘은 떼도 안 쓰고 잘 놀더라구요’라는 말을 입 밖에 내면 그 날 오후엔 드러눕는 일이 한번씩 생기더라.

그래서 동네언니는 소가 들으면 서운하지 않겠냐며 검은소가 더 일을 잘한단 말을 귓속말로 했던 농부처럼 ‘요즘 해온이가 통통해진 것 같아. 밥 잘 먹나봐?’라는 말들을 귓속말로 소근소근 말한다. 내가 평소 목소리 크기로 대답을 할라치면, 손가락을 입 앞에 세우곤 ‘쉿! 들으면 또 안 먹을라’라며 눈짓을ㅎ


육아 징크스다. 무언갈 말하면 꼭 그날부터 상황이 반대로 흐르는 것.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감으로 느끼기엔 찰떡같이 맞아 떨어지는 그 것.

요 며칠, 그 징크스를 깜빡하고 ‘해온이는 간식을 많이 먹어도 밥은 잘 먹더라구요’라 말하고 다녔는데 역시나 찰떡 콩떡같은 징크스가 발동, 간식을 와구와구 먹고선 밥은 안 먹겠다 절레절레 하는 날이 왔다.


아유 내가 왜 그런 말을 입 밖에 내서, 입이 정말 방정이지.


아이에 대한 일은 확언도 자랑도 불평도 하지말자라고 매일 생각하지만 동네 엄마들과의 수다는 아이에 대한 얘기가 90 이상이라 꼭 뒷 말하듯이 말하게 되는 일이 생기더라. 그러다보면 우리 아이는 신중한 성향이에요 같은 확언과 우리 아이는 밥을 잘 먹어요 같은 자랑, 요즘 자꾸 떼를 써서 죽겠어요 같은 불평이 불쑥 불쑥 나오는데. 그럼 꼭 아이는 덤벙거리고 밥을 안 먹고 말은 또 잘 듣게 된다는 머피의 법칙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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