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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Nov 08. 2019

[책 읽기] 조주은 ‘기획된 가족’


취업을 하게 되었다.

재취업? 이라고 해야 하나...


3년간의 경력공백이 있는 나에게는 좋은 조건의 과분한 회사라 ‘정말로 운이 좋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바닥치는 자존감을 확인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건 별개.


출근 후 가장 큰 걱정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긴 시간 보내야 한다는 것인데 단축근무 적용으로 1일 5시간 근무가 가능한 회사라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어린이집 보육 시간은 두시간 남짓임에도 이른 시간에 아이를 보내 평소에 같이 하원하던 친구들보다 늦게 데려오게 되었다는 부분에서 말로 할 수 없는 안쓰러움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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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은의 ‘기획된 가족’은 정보화시대와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경쟁이라는 변화 속에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맞벌이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을 조망한 글이다.

정보화시대에 이르며 직장과 가정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구분되던 노동의 경계가 허물어진 덕에 출근길에 모바일로 보육료 결제를 하고 아이를 재운 후 원격으로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일상이 흔해진 시대, 민주주의의 발달로 성평등한 교육과정을 거치며 고학력의 여성이 많이 배출되었지만 공고한 가부장제로 인해 육아와 돌봄은 아직도 여성에게 전가되는 문화 속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에서 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계발의 욕구를 느끼며 시간을 쪼개어 자격증과 학위를 취득하는 여성들에 대한 사례집.


표본집단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살피고 통계와 사례를 접목하여 사회적 변화 속 워킹맘의 일상을 짚어낸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워딩은 ‘압축적 시간경험’이었다.

일어나 씻고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은 후, 아이 아침메뉴를 고민하여 아침을 조리하고 어린이집 등원 준비물을 챙긴 후 쌓인 설거지를 해치우고 흐트러진 주방을 정리한 뒤 놀아달라 보채는 아이와 틈틈이 놀아주며 아이가 입을 옷을 챙겨주고 남편에게 어떻게 입혀야 할 지 혹은 약을 먹여야 하는지 등을 설명 한 후 출근을 하는 한시감 남짓여의 시간 과정을 함축적으로 담은 문장.



자아실현, 성취욕의 충족, 끊어진 경력에 대한 불안 등등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경제적 아쉬움 때문에 취직을 결정한 까닭에 취직 후 경험하게 될 ‘경계없는 시간사용’과 ‘시간의 밀도강화’를 내가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특히 경제적 이득을 위해 아이 돌봄을 외주화하였지만 아이와의 친밀성을 포기하지 못해 단축근무를 택한 덕에 돌봄의 부담을 그대로 가지고 가게 된 상황에서 나는, 출근하는 차 안에서의 한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주어진 본인의 시간이라 너무 소중하다는 책 속의 사례 여성과 얼마나 큰 동질감을 느끼게 될 지...



간만에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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