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atitudo Sep 12. 2021

끊이지 않는 유혹을 이겨낸다는 것

영화 The Devil's Advocate  / 1997


Devil's Advocate는 영어 숙어 표현으로, 활발한 토론을 위해 의도적으로 어떤 사안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 옛날 영화 보기에 맛 들렸다. 선명하지 않은 화질, 앳된 얼굴의 유명 배우들, 뭔가 순수함이 느껴지는 옛날 감성이 좋았다. 양들의 침묵, Meet Joe Black을 보고 나서 또 좋은 영화가 없을까 넷플릭스를 둘러보던 증 'The Devil's Advocate'라는 영화를 발견했다. 알 파치노랑 키아누 리브스가 나온다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재생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변호사로 나오고, Devil's advoate란 제목을 봤을 때 Suit 같은 엘리트 변호사들의 얘기인 줄 알았다. 부분적으로는 맞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였다. 아니면 전직 주일학교 교사 출신 성당 누나로서 종교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해석했을 수도 있다. 


** 줄거리 스포 주의 ** 


주인공 케빈(키아누 리브스)은 플로리다 출신의 변호사다. 여태컷 한 번도 재판에서 진 적이 없는 능력 있는 변호사로 활동 중 어느 날 소아성애자의 변호를 맡게 된다. 재판 중간 자신이 변호를 맡고 있는 사람이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무패 신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피해자 소녀를 재판에서 망신 주고 재판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 재판 후 케빈은 존 밀튼(알 파치노)이 운영하는 뉴욕의 대형 법률회사에 스카우트되어 부인과 함께 뉴욕으로 이사 간다. 


뉴욕으로 가는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 고급 아파트 등의 제공을 받으며 케빈과 아내 매리 앤은 들뜬 마음으로 뉴욕에 입성한다. 케빈이 맞게 된 첫 케이스는 염소를 죽이며 정체불명의 종교의식을 치르는 사람을 변호하는 것이었다. 뉴욕에서의 첫 재판을 이긴 후, 케빈은 점점 더 일에 열중하고 케빈이 일에 열중할수록 아내 매리 앤은 자꾸 헛것을 보며 심신이 미약해진다. 한편 케빈은 빨간 머리의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이탈리아인 변호사 크리스터 벨라에게 관심을 가진다. 


회사의 대표인 존 밀튼.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고 어쩐지 사람을 잘 꿰뚫어 보는 듯하며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알고 보니 존 밀튼의 존재는 '악마'이자 케빈의 아버지, 미모의 크리스터 벨라는 케빈의 이복자매였다. 존은 케빈과 크리스터 벨라가 함께 아기를 가져, 성 가정에 반대되는 Anticrisht의 가정이 형성되기를 바랐지만, 케빈의 자살로 존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케빈이 자살을 하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소아성애자 변호를 하던 시절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잠시 벙쪄하던 케빈은 재판장으로 돌아가 변호자 자격이 취소되는 것을 감수하고 소아성애자의 유죄를 인정하고 재판장을 나온다. 재판장을 나서는 케빈을 보며 그의 기자 친구가 너무 대단한 일을 했다며 케빈을 유명인사로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케빈은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계속되는 친구의 부탁에 알겠다고 대답한 뒤 다음 날 아침 전화하겠다고 하며 떠난다. 그러자 기자의 얼굴이 갑자기 존 밀튼으로 변하고 존 밀튼의 한 마디 말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Vanity is definitely the devil’s favorite sin


악마의 유혹을 한 번 이겨내서 끝인 줄 알았지만 아니다. 이겨낸 건 수많은 악마의 유혹 중 한 가지였을 뿐. 악마는 여기저기 미끼를 풀어놓은 뒤 누군가 그 미끼를 물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나타나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른다. 


출처: 구글

이 영화는 확실히 종교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을 하시는데 단식 후 심신이 약해져 있을 때 악마가 나타나 예수님을 유혹한다. 위 사진은 케빈이 뉴욕에 와 존 밀튼의 사무실에 도착 후의 상황이다. 존 밀튼은 맨해튼의 경치를 보여주며 케빈에게 창창한 미래를 약속한다. 광야에서 악마가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로 데려가 유혹하는 모습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출처: 구글 

영화에서 존 밀튼이 신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는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에덴동산에 선악과를 놓고는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를 하는 하느님. 먹지 않길 원하면 나무를 치워버리면 되는데 굳이 눈앞에 놓고 먹지 말라는 건 뭘까. 


영화에는 위에 언급한 것보다 더 많은 종교적인 내용들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를 현실에 적용해 일상의 꾸준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지만 그 목표를 이뤘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5킬로 감량을 목표로 하고 이를 이뤘다고 해서 다시 폭식하거나 운동을 멈추면 예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목표를 이루고 난 후에도 이를 유지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필요하다. 


영화 속에서 케빈은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의 무패 신화를 깨며 변호사 자격증을 잃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소아성애자 변호인의 유죄를 인정한다. 하지만 허영심이 발동해 다시 악마가 장난칠 여지를 남겨버린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목표를 이루면 모든 걸 놔버리고 편하게 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제자리에 멈추거나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성과를 유지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목표를 이루는 것도 좋지만 꾸준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종교로 시작해 자기 계발로 결론짓게 한 영화. Consistency is the key.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너무 좋다. 나의 문화생활을 더욱 풍부하는 락다운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오늘의 글 마무리. 



매거진의 이전글 락다운이 가져다준 아날로그갬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