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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리 Oct 19. 2020

돈은 벌고 싶은데, 여유도 갖고 싶어


나는 취업이 되길 바랐던 취준생이고, 이 세상은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백수이다. 이런 내게, 옛 상사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왔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기뻐서 날뛰어야 정상이고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 당연한데.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묘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취업이 결정된 것처럼 기뻐하시는 부모님 앞에서 정작 나는,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라면 국물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싶은 착잡한 기분이었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꽉 찬 지금의 내 삶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숱한 탈락의 메일을 받아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도, 나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들이 가득한 지금의 일상이 있음에 감사했다. 백수의 삶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9시 출근과 18시 퇴근이 있는 삶, 저녁과 주말은 여유라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삶을 원한다.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간다면,

직업의 특성상 나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나에 대한 기록을 글로 남기는 것. 유튜브에 내가 지내 온 일상과 운동의 기록들을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 블로그에 내가 직접 사용해 본 물건을 추천하고 여행 다녀온 장소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것. 요즘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일들이다. 이렇듯 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내가, 잠자는 때를 제외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다른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쏟아야 한다면? 일에 치여 나를 돌보지 못하는 일상으로 다시 뛰어들게 된다면? 과연 그 삶 속에서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_예전과 업종은 같지만 전혀 다른 근무 환경일 테니,

  겪어왔던 지난날들과는 전혀 다를지도 모르는 일이야. 

_이제는 나이도 더 먹었으니, 즐기면서 할 수 있지 않겠니. 

_돈 벌어야 한다는 걱정보다 너를 중심으로 잘 생각해봐.



나의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보다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해서 돈을 벌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라는

한 사람의 달콤한 조언이 더 크게 와 닿는다는 것은, 


내 마음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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