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90분의 창작 실험"

먹지 말고 글쓰기에 양보하세요

by 김미나

언론사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주관하는 '창밖은 여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에세이를 써서 제출하고, 2주에 한 번 수요일에 모여 서로 소회를 나눈다. 나는 벌써 3주째,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요일 저녁 9시가 마감이었는데,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다.


글을 쓰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지금, '글쓰기 포비아'에 걸려 있다. 글쓰기가 두렵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찾아온 우울증은 내 말문을 닫게 했고, 어느 순간부터 글도 쓰지 않게 되었다.


SNS는 멈췄고, 사람들과의 소통도 하나둘 줄어들었다. 그렇게 5~6년을 보내면서 나는 '자발적인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말을 하지 않고, 글을 쓰지 않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내가, 용기를 냈다. '창밖은 여름' 신청서를 내며 지원 동기에 "살려달라"고 적었다. "꿈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잃어버리겠다"고 했다. 맞다. 왜 글쓰기를 직업으로 선택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잠깐 취재 기자로 일했고, 이후에는 줄곧 편집 기자로 살아왔다. 내 글을 쓰기보단 남의 글을 보는 일이 주업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기사를 들여다보다 보면 퇴근 후에는 '문자'라는 것 자체에 지쳐버린다.


집에 돌아오면 쓰러지듯 침대에 눕는다. 기사의 파도 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탈진해 있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글을 쓸 에너지가 없었다. '왜 신청했을까' 후회도 했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이 '작정하고 글쓰기'가 아닌 '일상에서 짬내서 해보자'는 거다.


나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는다. 식사 대신, 휴게실에서 조용히 눈을 붙인다. 잠깐이라도 쉬면, 오후에 밀려오는 기사 더미를 마주할 용기와 체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휴게실 소파에 누웠다가, 벌떡 일어났다.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이 90분이다. 길다면 긴 이 시간을, 하루의 유일한 '나만의 시간'으로 삼아보기로 했다.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고, 노동과 노동 사이, 그 틈에 존재하는 점심시간을 글로 채우기로 마음먹었다.


놀랍게도! 내가 정말 글쓰기 포비아가 맞았던가 싶을 정도로, 마음에 얹혀 있던 무언가가 ''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밥도 먹지 않고 공복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글쓰기란, 결국 내 마음을 열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담당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도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풀어냈다. 시원했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앞으로 나의 점심시간은 어떤 글들로 배가 채워질까. 그게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