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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비튬 Aug 04. 2020

크리스마스이브에 결혼 이야기는 반칙 #1

나한테 왜 그래


* 앞으로 남자 친구는 애칭인 대형 뭉뭉이의 줄임말 대뭉씨로 하겠습니다.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우리 과 약 20명의 학생들은

세미나실에 모여 파티를 열었다.

각 실험실에는 음식을 나눠서 준비하고

(사 오고, 배달 주문하고)

교수님들 불러서 같이 게임했다..

(정말 곤욕이다… 피할 수도 없고,..)



점심 즈음 모여서 먹고 게임하고,

다 끝나고 정리하니 오후 6시!



일 년의 유일한 과 행사를 끝내서 마음이 편했다.

물론, 크리스마스이브이기 때문이 더 크지만!



나는 크리스마스를 너무 좋아한다.

뭔가 마음이 몽실몽실 따뜻해지는,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다.

겨울도 좋아하고, 눈도 좋아해서 그런지,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겨울과 눈과 그 분위기를 대표하는 날인 거 같아서

매우 좋다.



실험실 행사의 뒷정리가 모두 마무리되고,

남자 친구가 학교로 데리러 오기로 한 시간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데이트라니..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대뭉씨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서울 모 호텔의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야외 레스토랑.



조그마한 아이스링크가 있고, 그 옆에 두텁게 투명 천막을

치고, 앞쪽에는 재즈 공연팀 연주를 하고,

코스요리가 나오면 그런 곳이었다.



물론 늦게 예약해서 재즈 공연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 즈음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와서 뽑기로 나온 상품을

커다란 빨간색 주머니에서 꺼내 주기도 했고,

같이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맛있는 밥을 먹고 나와서는 호텔 근처를 산책했다.

반짝 반짝이는 전구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손을 잡고 걸으며 예쁜 풍경을 즐겼다.



저녁도 먹고, 후식도 먹었는데도,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갈 곳이 많이 없다.



고민 끝에, 우리는 대뭉씨의 학교에 차를 세우고,

(대뭉씨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지만,

대학원 재학 중이기에, 정기권이 있었다!)

그 근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차를 학교에 세우고,

조금 먼 카페로 가는 길.

많은 사람들 속에 손을 잡고 걸어갔다.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는데,

대뭉 씨가

갑자기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었다.




응?????????????????? 뭐라고?????????????




우리는 아직 사귀기로 한지,

한 달도 안되었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아직 첫 키스도 안 했는데????




왜???????




당황해 버렸다.



나는 결혼은 판례의 시초라는 말을

동생으로부터 들은 후,

정말 대단한 명언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이었다.



결혼은 인생에 없는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나는 남자가,

그것도 만나지 얼마 안 된 남자가 결혼 이야기를 한다.



나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뭐라고 말할 것인가..



카페까지 들어가는 그 짧은 시간

너무나도 많은 생각이 스쳤다.



내가 너무 당황해 하자,

그 남자는



우리 나이도 있고,

결혼 계획 없이 만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만났으면 좋다고 했다.



이 남자가 따뜻한 차를 사러 가는 동안에도

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했고,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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