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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비튬 Oct 20. 2020

정착

흐이흐이 나도 작가 프로젝트


지난 겨울 친구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며 청첩장을 건네자 한 친구가 나에게

“언니, 난 언니가 자유로운 영혼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착을 하다니…”


라고 말했었다. 한 번도 결혼 준비를 하면서 정착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말이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었다. 



내가 정착이라는 것을 하는 것인가? 과연 잘 하는 것인가? 과연 내가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자유로운 내 인생이 흔들리면 어쩌지? 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단, 한 번도 정착한 내 삶을 그려본 적이 없었던 나였기에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냥 물처럼 흐르듯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될 줄 알았다. 그런 내가 결혼과 동시에 정착이라는 걸 하게 되는 것인가? 정착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안정적이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구속의 이미지가 있었다. 



친구에게서 정착이라는 단어를 들은 후 남자친구(구 남친, 현 남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 속박당하고 싶지 않다. 다행히 내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남자친구는 나의 이 착잡한 마음을 이해해 줬다. 넌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우리는 서로 그러기 위해 결혼한 거라고 좀 더 안정적으로 서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곁에서 응원하자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착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정착해 왔다. 자유롭게 보였지만, 난 늘 나만의 땅에 내 두발을 내딛고 지내왔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내가 원해서 내가 지내기 위해 온 곳이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선택한 곳이다. 정착이라는 건 결혼을 한다고 해서, 집을 샀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있는 곳이 그 곳이 내가 정착하는 곳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변 친구들이 나보고 자유롭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난 늘 찾아다녔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재미있는 일, 보람되는 일 등등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자유로웠나 보다. 



그러나 나는 늘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인지하고 내 마음을 내 두발에 두고 내가 있고 싶은 내가 있어야 하는 땅에 딛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내 자리를 만들어 꿋꿋하게 서 있을 예정이다.



살다 보면 많은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는 것 같다. 결혼을 해도,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똑같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이 자리에서 혹은, 옮겨갈 자리에서 꿋꿋하게 정착하며 살아갈 것이다. 



나와 함께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꿋꿋하게 살아갔음 좋겠다.










결혼 준비 이야기를 쓰고 싶어 공지도 남겼었는데,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계속 새로운 이슈가 저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불안정한 인생은 도대체 언제 끝날런지...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 다시 글 쓰러 돌아오겠습니다.

요즘 싸띠 수행을 연습 중이거든요 ㅎㅎ

제발 수행이 익숙해지길!!!


이번 글은 서울시 강동구에서 지원하는 흐이흐이라는 청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쓴 글입니다.

이 글을 모아 모음집을 발간 하신다고 합니다.

매우 귀차니즘으로 글쓰기 시간에는 참여했지만, 마무리 못하다가 마감시간 다가와 뒤늦게 보냈습니다.


하는 일 없이 흘러가는 요즘

저도,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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