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참 기가 막혀서
만 37세가 된 지 일주일도 안된 2024년 6월 19일 나는 암환자가 되었다. 나 참 기가 막혀. 아니 정말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박사학위 받고 겨우 1년 4개월. 내 인생에서 돈을 버는 정규직업을 가진 지 1년 4개월. 남편과 결혼한 지 4년 4개월 만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집안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진 고모할머니가 계셔서 20대 중반부터 1년에 한 번씩 유방 초음파와 갑상선 초음파를 했었다. 자잘한 물혹 및 양성 종양은 꾸준하게 있었고, 내 반려 혹이다 생각하고 매년 검진을 받았으며, 3년 전에는 유방에 양성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맘모톰 시술도 받았다. 혹시라도 임신을 하면 양성 종양도 커질 수 있으니 미리 예방 차원에서 제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1년 1개월 만에 간 병원에서 처음 보는 혹을 마주했다.
초음파를 보는 내내 선생님의 한숨과 탄식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직검사를 예약하고 나왔다. 그날 암일 수도 있다는 생각 +1이 생성되었고, 전화로 하루 더 일찍 조직검사 올 수 있냐는 소식에 +2가 되었으며, 검사결과 나오는 다음날 진료 예약이었는데, 검사결과가 나온다는 날에 전화가 없는 걸 보고 +3이 되었다.
그렇게 암환자가 되었다. 사실, 대학병원으로 예약도 잡아주시고, 진료 의뢰서와 조직검사 샘플, 검사지를 받으면서 대학병원 가서 다시 검사하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병원에 가서 초진을 하자마자 나는 산정특례 대상으로 공식적인 암환자가 되었다.
정말 빨리빨리 진행된다. 내 암도, 진료도, 서류 등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