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드리비튬 Jul 02. 2024

별일 없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두렵긴 하다

별일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직 조직검사한 부위의 피멍이 있어서 다른 검사가 불가능하여 다음 주에 있을 전이여부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주에 걸친 검사 후 선생님을 만나 앞으로의 치료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대학병원의 파업으로 선생님과의 진료가 5일 미뤄졌다는 연락을 오전에 받았다. 무기한 미뤄지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 후 나의 치료 스케줄이 나오면 정말 환자가 되어서 나의 병과 싸워야 하기에 지금은 느긋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니다 느긋은 아니다. 혹시라도 연구소로 돌아오지 못할 일을 대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실험들을 모조리 하고 있다. 내가 하던 일은 논문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아마 끝까지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실험과 샘플들을 만들어두고 가려하니 조금 무리하고 있다. 


혹시라도 나의 이 암덩어리가 다른 곳에 퍼지지 않고 그 자리에만 있었다면, 수술로만으로도 끝날 수 있을 것이다. 항암을 하게 된다면 100% 조기 은퇴다. 그렇게 은퇴가 꿈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강제 조기 은퇴는 상상도 못 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야 나의 운명이 결정되기에, 최대한 지금 일상을 즐겨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요즘 나의 일상은 일이 많은 날은 늦게 퇴근 해서 남편과 치맥을 즐기기도 하고, 저녁 외식을 한 날에는 산책을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한다. 연구원의 친한 선생님들과 곱창을 먹으러 가서 맥주 한잔을 하기도 했고, 남편과 코스트코 가서 먹고 싶은 초콜릿을 두 봉지나 사 오기도 했다. 또 내가 재배하고 있는 작물이 있는 매우 작은 밭에 가서 장마와 한여름 대비 작물들을 다 뽑아 정리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8월 말에 다시 작물들을 재배해야지.


아직도 나의 병이 실감되지 않는다. 통증이 전혀 없다. 피곤하다는 증상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피곤한 거 아닌가?? 난 어제 회사에 12시간이나 있었는데!! 그럼 다 피곤한 거 아닐까? 아직도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 나의 치료 방향이 결정되어야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순간순간 문득문득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오늘 확인하니 지난 글에 댓글을 21개나 달아주셨더라고요!!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관심은 처음이에요!! 어떤 분이 소설인가요? 사실인가요?라고 질문해 주셨는데, 안타깝게도 현재 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 잘 안 우는데 댓글 응원 보면서 막 울었어요 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아직 병아리 환자지만 잘 치료하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제가 또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건 정말 잘하거든요! :)

매거진의 이전글 만 37세 암환자가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