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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비튬 Jul 18. 2024

시간이 쏜살 같이 지나가는 요즘

새로운 가슴 확정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꾸준하게 올려야지 생각했는데, 이건 뭐. 매일 새벽같이 나와서 일하고 집 가서 자기 바쁜 요즘이다. 집은 세종. 회사는 대전 그리고 병원은 서울. 일주일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금방 지나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가서 진료 보고 검사하고, 그 하루를 채우기 위해서 주말 하루는 나와서 일하고, 정말 바쁘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내 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이 없다. 또 그래서 좋다.


바쁜 와중에 통증이 생겼다. 통증은 지난주 전이 검사 시작 하루이틀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따끔하면서 통증이 내 몸에 몇 초 머물다 간다. 집에서는 통증이 오면 꾹 눌러주는데, 밖에서는 눌러주기도 좀 그렇다. 아무래도 가슴 부위다 보니 뭔가 좀.... 그래도 통증이 심하게 오래 머무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지난주 전이 검사는 뼈스캔, MRI, CT를 찍었다. 모두 다 조영제를 투여받아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주사자국이 남아 있다. 대학 때 임상병리학을 전공하면서 교과서로 배웠던 검사들을 받으니 일단은 신기. 대학병원 진료도 처음이고, 37년 살아오면서 뼈가 부러진 일도, 입원한 일도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신기한 것들이 많다.


MRI는 엎드려있는 상태에서 조영제를 맞고 통속에 40분가량 들어가 있어서 너무 힘들다는 글들이 많았는데, 나는 괜찮았다. 엎드려있는 것도 잘하는 편이고, 조영제 부작용도 다행히 없는 몸이었다. 또 폐쇄공포증도 따로 없어서 정말 괜찮았다. 다만 검사 들어가기 전 크게 숨을 쉬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계속 맴돌아서 계속 크게 숨을 쉬고 싶었던 것만 빼면 무사히 모든 검사를 마쳤다.


검사 후, 다행히 외래 날짜가 당겨져서 어제 교수님을 다시 뵙고 왔다. 다행히 전이는 검사상 없다고 한다. 다만, 왼쪽 가슴에 암덩어리가 여러 갈래로 퍼져 있어서 전절제 그러니까 왼쪽 가슴을 모두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안녕 내 왼쪽 가슴! 그리고 바로 복원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다음 주 성형외과 외래. 성형외과 외래만 다녀오면, 이제 수술 날짜가 정해진다. 그러나 아직도 항암 여부는 모른다. 모든 건 나의 암덩어리가 세상 밖으로 나와 자기소개를 해주기 전까지 다음 치료일정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나의 회사 퇴직여부 병가여부도 또 미정. 1년 단위 계약을 하는 포닥이라 장기 병가를 낼 수 없어서, 항암에 들어가게 된다면 퇴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항암여부를 모르니 다시 연기.


다시 나의 암 이야기도 돌아와서, 40살 이전에 발견한 암이라 브라카라고 하는 유전자 검사를 했었다. 안젤리나 졸리가 한 유전자 검사여서 유명한 그 아이이다. 이 유전자가 있으면 유방암과 난소암은 거의 확정. 그래서 안젤리나 졸리는 모두 절제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분들이 꽤 있으신 거 같았다.


나는 브라카 유전자는 없어서 예방적 절제나 앞으로 재발 위험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유전자가 없어요. 그냥 운이 나빠서 생긴 암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셨다. 잠깐 운이 안 좋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엄마나 내 여동생 그리고 태어날지 아닐지 모르는 내 딸도 브라카 유전자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다.


이제 수술하고 나면 내 왼쪽 가슴은 brand new이다!! 완전 새거!!! 새로운 가슴을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남은 실험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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