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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비튬 Jul 12. 2020

나의 대입 실패, 그리고 실패의 두려움

EBS  <나도 작가다>  2 차 공모전 응모


매년 대한민국의 11월 찬바람으로 코끝이 차가워질 때 즈음, 

그 날이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일 년에 한 번 있는 대입 시험일. 


수능.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겪어보는 시험.

그 시험을 나는 4번 보았다.


나는 4 수를 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을 가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그때 나는 친구들 다 가는 대학이라는 곳을 나와야

제대로 된 삶을 산다고 믿는 매우 좁은 세계관을 가진 아이였다.

나를 포함하여, 

나처럼 대학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3년에 걸쳐 대학들에게서 불합격을 받는 동안,

나는 20대의 실패한 젊은이였다.



4 수라는 터널을 지나온 지, 

10 년도 더  지난 지금.

그때의 기억은 매우 흐릿하게 남아있다.

나는 누구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인데,

그 기간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 

나의 똑똑한 뇌가 의식적으로

그 힘들었던 기억을 지운 게 아닌가 싶다.



기억이 많이 없는 4 수 시절이지만,

유일하게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

21살 5월에 있었던 성년의 날.

그때는 3 수 생이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싶어서

하루 종일 도서관에 가서 문 닫을 때까지 공부했었다.

그 날, 집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서서 

내 얼굴을 스치던 바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의 공기, 바람, 냄새 모든 게 생생하다.

그 당시에는 늘 괜찮은 척했지만, 

참을 수 없는 패배감이 항상 날 따라다녔었다.



결국 나는 4 수 끝에, 

지방대 보건의료계열의 어느 과에 입학했다.

주변 사람들이 말은 안 했지만,

아마 다들 놀랐을 것이다.

4 수를 하는 동안에,

흔히 말하는 명문대 진학이나

전문직이 될 수 있는 과를 희망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었으니까.


하지만, 나의 4 수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대학에 가서도 나는

인생의 패배자 딱지를 붙이고 다녔었다.

나를 만나는 새로운 모든 사람이 물어봤다.

대학은 왜 늦게 갔는지, 일을 하다 다시 대학을 갔는지

묻는 사람도 많았고,

심지어 어느 외국인은 나에게 군대를 다녀왔냐고 묻기도 했다.



덤덤한 척했지만,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왜 학교를 늦게 갔는지 질문을 하지 않을까

늘 불안했었다.



30대의 중반이 되어 있는 지금.

아무도 나에게 왜 대학을 늦게 갔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대학이라는 과거를 논하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지나왔다.


결국, 내가 인생의 패배자라고 느꼈던,

20대의 시간에서

실패란

그때,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나 스스로 만든 기준에 충족하지 못해

만들어낸 말이 아니었을까?



현재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진학한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7 년째 재학 중인 이곳에서,

30대 중반에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할까 봐

이게 내 세계의 전부인데, 

또 여기서 실패해서 뒤쳐질까 봐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 

전공을 살려 취직을 하지 않은 것도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후회할까 봐 두렵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있는 것 일까 봐 두렵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다고

주변 사람들이 실패한 낙오자라고 생각할까 봐

또 두렵다.



대학입시 실패를 3년간 겪고,

나름 누구보다 단단하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직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결국 난,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또 실패를 하게 될까 봐

실패라는 두려움과 맞서 싸우고 있다.



이 두려움은 결국

주변의 시선과 나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감정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나는 아직, 

실패와 실패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에서

나만의 길을 꿋꿋하게 나아가는 게 어렵고 힘들다.



그래도 나는 어제보다 더 실패 없는 오늘을

살아가려고 한다.

묵묵하게 살다 보면,

이 모든 게 실패였는지 아닌지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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