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전일제 대학원생 이야기
* 오늘 이야기는 전일제 대학원에 대한 이야기가 주입니다!
* 앞으로 남자 친구는 애칭인 대형 뭉뭉이의 줄임말 대뭉씨로 하겠습니다.
우리는 2018년 12월 7일 연인이 되었다.
우리가 연인이 되고 정확히 17일 후
전국을 설레게 하는 날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다.
대뭉 씨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갈 식당을 미리 예약했다고 했다.
급하게 해서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우리의 자리는 메인 자리는 아니라고도 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어디에 예약했는지
뭘 먹는지 묻지도 못했다..
그래도 이 남자는 친절하게,
양식 괜찮냐고 물었으니까
분명 양식 일 것이고,
장소는 말을 안 해주다가
며칠 전 말해주었다.
나름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나 보다.
흠..
고민이 시작되었다.
옷을 뭘 입어야 하나..
동생은 진작 옷 좀 사라 했지!!
라면서 잔소리를 시전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또 뭘 해야 하나..
지갑 얇은 대학원생은 오늘도 웁니다…
2018년 12월 24일
그날도 난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했다.
그 날은 실험실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전일제 대학원생으로 서울 K 모 대에 재학 중이다.
보통 이공계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님과 팀으로 실험이 진행된다.
일단,
입학을 할 때도,
대학원 입시가 중요하기보다는
일단 지도교수님께 미리 연락해서 합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UST,-kist 들은
학교 자체의 입시도 매우 중요하다!!)
이걸 컨텍이라고 부르는데,
일단, 교수님과 컨텍을 해서
교수님이 오케이를 하시면,
대학의 대학원에 입시원서를 쓰고,
시험이나 면접을 보게 된다.
여기에서 대학마다 시험이나 면접의 형태가 다른데,
어떤 학교는 시험이 매우 까다로운 경우도 있어서,
교수님과 컨텍이 되어도 학교의 입시 시험에 떨어지면,
낙방된다고 한다.
지금 다니는 학교의 경우는,
매우 간단한 면접이 있었다.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
약 5분의 교수님이 앉아계셨는데,
나한테 질문 하나 하시고
교수님들끼리 이야기하시다가
끝났다..
아무튼,
이공계 전일제 대학원생은 이런 과정을 거쳐
입학하게 된다.
컨텍을 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는 전일제 대학원생이고,
실험을 하는 데는 거의 하루 종일을
실험실에 매달리기 때문에,
인건비 문제가 걸려있다.
이렇게 일을 하고 무일푼을 받기에는
너무 고강도의 노동이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이 또 걸려 있기 때문에
이게 참 애매한데..
노동을 하고 교수님과 팀을 이뤄서 일하는 거라서
결국 내 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오롯이 내 일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논문으로 표현되는 실적이
나뿐 아니라 우리 교수님의 실적이 된다.
흠…
흔히, 인문대 계열에서
논문 대필에 관한 이슈가 몇 년에 한 번씩
터지곤 한다.
하지만 자연대 계열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문대에서는 첫 번째가 중요하다
논문을 쓴 첫 번째 사람
즉, 논문 겉표지에 쓰여있는 첫 번째 이름.
논문에는 기여도에 따라서 이름을 순서대로 쓴다.
흔히, First Author라고 하는 이 첫 번째가 중요하다.
이공계 논문도 First Author가 당연히 중요하다.
이 사람이 이 논문에 관한 실험을 제일 메인으로 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이 계열에서는 마지막에 *을 달고 들어가 있는 Author도 중요하다
이 Author를 Corresponding Author라고 부르는데,
이 연구의 총책임자이다.
이 연구를 총괄하고 관리 감독했으며,
이 논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이 책임자는 보통 박사학위를 받은 단독 연구자인 것이다.
즉, First Author는 Corresponding Author의 지도 하에 논문을 쓴 것이며,
Corresponding Author가 딴 연구비로 논문에 필요한 실험을 한 것이다.
이런 뜻이다.
대학원 이야기를 하니 끝이 없는데..
이 연구비도 할 말이 많지만, 간단하게만 말하면,
박사학위를 받은 단독 연구자가 공식적으로 연구비를 딸 수 있다.
정부기관이나 민간회사 등
물론 학생이나 단독 연구자가 아니어도 딸 수 있는 연구비가 있지만,
보통의 경우는 그렇다.
그럼 다시 돌아가서,
컨텍을 하는 이유는!
대학원생에게 보통은 인건비와 대학원 등록금을 준다
(물론 아닌 경우도 왕왕 있다.)
인건비는 최저시급 이렇게 맞춘 건 아니고,
약간의 용돈이라는 개념으로 주게 된다.
(이것도 교수님마다 천차만별..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강제성이 전혀 없다.
심지어 이 가이드라인은 최저가 아니고 최고가 명시되어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건비와 등록금이
아주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데리고 있는 대학원생의 수에 따라
매우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연구비에 맞춰서
대학원생들의 수와 실험실의 규모를 정하고
몇 해분의 재정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서로 컨텍을 해서 마음에 드는 학생을
뽑는 형태가 자리 잡은 것 같다.
(이건 대다수의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교수님과 컨텍을 해서
대학원에 들어오게 되면, 학생들은
교수님과 함께, 한 팀을 이뤄서 대학원 생활,
즉 실험실 생활을 한다.
이걸 보통 방이라고 이야기한다.
A 교수님 방 = A 교수님 실험실
한 과에는 여러 교수님이 계시고,
과에 학생들은 각각 지도교수님이 있다.
많은 실험실이 각 실험실마다
정말 물리적인 방을 가지는 경우도 많지만,
오픈형 실험실인 곳도 왕왕 있다.
우리는 오픈형 실험실의 형태이다.
한 층이 다 실험실이지만,
4명의 교수님 학생들이 이 공간을 셰어 하고 있다.
지금 우리 9층에 있는 대학원생은 약 15명 정도가
같은 층에서 지내고 있다.
오픈형 실험실은 장점도 많다.
기계를 셰어 할 수도 있고,
공간이 넓어서 답답하지 않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기도 쉽다.
(인원이 많으니까)
물론 단점도 있다.
공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서로 미루고 싶다.
간혹 자잘한 사고가 발생한다.
(기기 고장이나, 쓰레기 처리 문제 등등)
그러나 특징적인 빌런이 없다면,
보통의 경우는 서로 좋은 게 좋다!
같은 방 사람들은 붙어 있다 보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정말 미울 때도 있고 하지만,
이상하게 물리적으로 옆에 앉아도
옆방 사람들은 매우 편하다.
아마 교수님이 달라서 뭔가 심리적으로 멀어서 그런가??
오늘 신나서 제가 대학원 이야기만 잔뜩 써놨네요..
대학원생의 연애 이야기니까
대학원이 50% 지분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해봅니다 :)
그럼 다음 편에서는 2018년 12월 24일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