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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비튬 Jul 14. 2020

이번에는 내가 할래

2 주일이 생각보다 길구나!


2 주일이 생각보다 길구나!




일단 우리는 2주 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더 이상 우리의 사귐 문제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데이트를 하는 도중에 자꾸 

본인을 어필하시는 이 남자.



고백을 받은 주 주말에도 실험실에 실험이 있어 

학교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시간을 지켜야 하는 실험이기에

1차 실험을 하고 그를 만났다.



밥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

갑자기 근처에 문구점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그는 금방 문구점에서 돌아와 앉았다.

손에는 연습장 한 권과 펜 두 자루가 들려 있었다.



갑자기 그는 연습장을 펴더니,

줄을 쭉 긋고,

본인의 앞으로의 인생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때까지는 대학원 졸업을 할 생각이야.

그리고 이 정도에는 프리랜서 말고 직장을 구할 생각이고,

그렇게 있다가 경력 쌓고,

이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정부 기관에 들어갈 생각이야.

너의 계획은 어떻게 되니?”



갑작스럽게 들어온 질문에 나의 답은



“나는 올해나 내년에는 졸업을 하고 싶어.

그리고 졸업 후에는 

포스트닥터 과정이라고 해서 외국에

계약직 박사로 취업하고 싶어.

최대 한 5년 정도? 

만약 제가 나간 곳에서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

한국에 좋은 직장이 생기면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외국이라면 미국 쪽 생각하는 거야?”



“나는 미국보다 유럽 쪽? 

특히 독일이 마음에 들어!

그렇지만, 그건 내가 정할 수 없는 문제인걸.

내가 나가고 싶을 때 

어느 연구소, 어느 학교에서

사람을 뽑을지도 모르는 거고..

그건 그때가 보면 알게 되겠지!!”



“그렇구나”



우리의 대화는 여기에서 마무리되었지만,

이 남자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것 같다.

미래를 그릴 줄 아는 남자라니, 

너무 매력적이었다.

미래를 그리는 일은 매번 나 혼자만 했던, 

지난날 들이 떠올랐다.

나는 같이 여행길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남자는 심지어, 

내가 바쁘게 사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통 그렇게 바쁘면 언제 연애를 하냐고 묻거나, 

적당히 설렁설렁 살라고 하는 사람들만 

만나왔던 나로서는 신선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의 미래 테이블에는 

내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테이블 속 우리 미래는 

매우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세워져 있을 것이고,

우리 두 명이서 행복하게 

꾸려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몇 번의 데이트 후, 

우리가 약속한 2주간의 시간 중 1주가 흘러,

나는 학기의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있었다.






아직 대학원생 신분이긴 하지만, 

학력은 박사 수료라고 나온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박사 수료.

석 박통합 과정 학생이라 석사 학위는 따로 없으며, 

내가 가진 학력은



‘학사 + 박사 수료’ 



내가 느끼기에 학사와 별 다를 바 없지만, 

다행히 교수님들의 배려로 박사 수료라는 신분으로 

모교에서 강의를 맡아 시간강사 일을

2학기째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 학기에는 시간강사법의 영향으로 

수료 신분인 내가 강의를 맡게 될 확률은 낮았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 즉, 기말고사가 있는 날이었다.



12월 초중순의 날이었지만,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오늘은 그 남자가 충남의 학교까지 

데리고 오기로 한 날이었다.



평소에는 4시간짜리 수업으로 

5시가 되어야 수업이 끝나지만, 

그날은 기말고사 날.

아이들에게 1시간의 시간을 주고 

시험을 보게 할 생각이었기에, 

그 남자와의 데이트 시간은 여유로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도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약속했었다.



나는 나만의 계획을 세웠다.

오늘 내가 고백해야지.

네가 좋다고도 너와 만나고 싶다고 했던 사람에게 

2주간의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고 하였기에.

이번에 정식으로 만나자고 하는 건 

내가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그 남자가 내가 있는 학관으로 데리러 오면, 

나는 내가 학교에 재학할 때부터 

제일 좋아하던 산책로로 그를 데려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나도 오빠가 좋아. 우리 만나요” 



이렇게 하려고 했다.




이런 촘촘한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의 기말고사 감독을 하고,

시험이 끝나 학과 사무실과 교수님들의 오피스를 돌며

인사를 마치고,

다음 학기에는 강의를 맡기 힘들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일차 쇼크,

(예상한다고 해서 충격을 안 받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학관을 나왔는데,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좋았다.

조금이나 흔들리는 충격받은 마음을

흡수해주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거 뭐지….. 

바람이 너무 세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다.

너무나도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강타했다.



지금이라면 어림도 없지만,

그때는 아직 정식 교제가 아니었으므로,

그는 내가 하자는 대로 해주었다. 

매서운 바람을 뚫고 

내가 좋아하는 산책 길을 통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너무 추워서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입이 얼어버렸어...


 

바람을 피해 발걸음은 더 빨라졌고, 

결국 한 마디도 못하고 

주차장에 도착에 차에 탔다.

그의 차에 따뜻하게 보관되어 있던 호두과자.



춥지? 



하며, 아직도 온기가 남은 호두과자와 물을 건넸다.




그래. 다음을 노려보자!!!




우리는 대부도로 출발했다.

바람이 너무나도 많이 부는 날이었다. 

차 안에 있었지만 바깥의 바람이 보일 정도로.

우리는 대부도에 도착해 시화 나래 휴게소로 들어갔다. 

너무 추워 사람도 없었고, 

차도 없었다.

전망대인 실내에 마주 보고 앉았다. 

칼국수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므로

휴게소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중

그가 갑자기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네가 2주일을 지켜보자고 했는데, 

우리가 일주일을 더 지내보니까. 

서로에 대한 마음이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아.

혹시 괜찮다면, 나와 만나줄래?”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놓쳐버렸다..

아.. 억울해!!!!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좋아. 기다리 해서 미안해.

오늘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먼저 말하게 해서 미안해”



우리의 짧지만 떨리는 대화를 마치고,

칼국수를 먹으러 갈 시간이었다.



“ 나 손 잡아도 됨??”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여기서 심쿵.



이 남자는 내가 오케이 해야 

나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는구나.

그럼 이 남자는 나에게 늘 의견을 물어보고, 

늘 곁에서 나의 생각을 궁금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비록 내 계획은 실패했지만, 

우리는 내가 계획한 날 연인이 되었고,

대부도에 있는 휴게소를 나갈 때는 

손을 잡고 나가게 되었다.



밖은 여전히 칼바람이 우리를 향해 불었지만,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그의 따뜻한 손 덕분에

따뜻하게 차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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