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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비튬 Jul 07. 2020

나랑 만나자 #2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고백한다고??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고백한다고??



대학원의 실험실 생활은

각자의 교수님이 가지고 계신 룰을 따른다.

보통 대부분의 경우,

그 교수님의 교수님 룰인 경우도 많다.

물론 본인 스타일로 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할아버지 교수님의 영향.



아무튼, 우리 교수님의 경우는,

9시부터 6시까지는 실험실에 있어야 할 것.

그 외에 없을 시에는 미리 이야기할 것.

실험실에 같이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적당히 사정 봐주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교수님께서 항상 내 곁에 붙어서

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지만, 이건 정말 교수님 마다 달라서,

내가 지금 있는 실험실의 경우는

4명의 교수님이 공동으로 실험실을 쓰시는 오픈랩의 형태인데,

4명의 교수님들 모두 스타일이 다르다.

그래서 이건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정말 알 수가 없고,

과학을 본격적으로 대학원에 들어와서 공부한 지 7년 만에 느끼는 건,



모든 건 운.



우리 랩은 6시에 퇴근을 할 수 있지만,

6시에 반드시 너는 퇴근을 해야 한다는 아니다.

할 수도 있다지, 해야만 한다가 아니기에,

그리고 좀 더 빨리 나오는 것도

매우 가슴 조마조마하며 해야 하는 행위.



우리 집에 가는 버스는

11시에 끝나는 서울 귀퉁이에 박혀 있는 학교에서

주로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 (강남역이라던지, 대학로, 종로 기타 등등)로 가려면,

7시에서 7시 30분 정도 되어야 갈 수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학교 근처에서 보는 걸 선호한다.

다행히,

이 남자는 대학원 생활 좀 해본 남자다.

우리의 세 번째 데이트 날인 목요일

그는 묻지도 않고, 그냥 학교로 오겠단다.

우리는 학교 근처에서 고기를 먹기로 미리 약속했었다.



실험실 건물에 도착해서 차를 세운 이 남자는

꽃다발을 꺼낸다.

이 남자 고수의 냄새가 난다…

예쁜 꽃다발을 차에 두고, 걸어서 고기를 먹고 오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서래갈매기 본점

내가 좋아하는 갈매기살을 이 남자가 처참하게 난도질 중이다.

고민이 된다.

이 남자를 계속 봐야 하나…??



내 이상형 중 하나는 고기를 잘 굽는 남자.

난도질해서 매우 자잘한 크기로 자르는 것도 모자라

태우기까지 한다….



흠…..



내 신경은 온통 고기에 가 있는데,

이 남자는 이 시끄러운 곳에서 계속 말을 건다.

역시 말이 많다.




“우리 만나보지 않을래?”




훅 들어온다.

그렇지만 우리 만난 지 아직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내 머릿속은 지금 비상상태이다

뭐라고 답해야 하나..

뭐라고 답하지??

굴러라 나의 맷돌아!!




“오빠 나는..

우리가 아직 만난 지 얼굴은 본지 일주일도 안되었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해.

조금 더 지켜봤으면 좋겠어.

혹시 괜찮다면, 우리 좀 더 만나보고,

2주 뒤에 다시 말해보는 거 어때?”




최대한 나이스 하게 말했다!!

나는 정말 아직 모르겠다.



정말 생판 모르는 사람을 소개받아서 처음 만났는데,

뭐 좋은 사람인 거 같고,

내 상황도 다 이해하는 것 같고,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저렇게 만나자고 하는 건지..

정말 아직 모르겠다.




짧고 굵은 데이트가 끝나고 집에 갔다.

아이고…

저 꽃 받을 땐 좋은데,

집에 들고 가면 추궁당할 텐데 말이지..



역시나..

엄마는 저 꽃 어디서 났냐고 한다.



그냥 저번 주에 소개팅 한 남자가 줬다고,

아직 아무 사이 아니라고 했지만,

엄빠는 모두 내가 남자 친구가 생긴 걸로 안다…



만난 지 일주일도 안되어서

이렇게 뭔가 빨리 진행되는 거야??

뭐 야?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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