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1
한 번은 일터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직 결혼 안 하셨죠? 어쩐지 결혼 안 한 사람의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요."
그런 분위기는 뭔지에 대해 물어볼만한 사이도 상황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갔지만
그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결혼 안 한 사람의 분위기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건 뭐였을까.
아마 칭찬도 비꼼도 아닌 그냥 해본 말일 확률이 높지만
태생이 또 속좁고 꼬인 나로서는 왠지 개운치 않은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그건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것에 대한 이상한 죄책감 같은 것이었을까.
어제는 일터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결혼하셨는지 알았어요. 어쩐지 그렇게 보여서."
이번에도 그렇게 보이는 게 뭔지 물어볼 상황도 사이도 아니었지만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생각했다.
결혼을 한 걸로 보이는 건 뭘까?
뭐, 결혼을 했다고 보이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어쩐지 그렇게 보였다는 게 좋지만은 않은 건 내 안의 괜한 정직함인가, 마음 한 구석에 가지고 있었던 결혼한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인가.
그리고 내린 결론은
결혼을 한 것처럼 보이든, 안 한 것처럼 보이든 어느 쪽이든 유쾌하지 않았던 이유는
결혼을 한 것처럼 보이느냐 아니냐 와 상관없이
처음 본 사람이, 결혼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만난 사람이 굳이 왜 그런 말을 하느냐에 대한 의문 때문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인 영역에 대한 별 의미 없이 던지는 질문들이
친근감의 표현이기도, 단순한 아이스브레이킹이기도, 다정한 관심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선이라는 것이 애매하고 미묘해서
어떤 때는 고맙고, 어떤 때는 당황스러운데
기분이 나쁠 것까지는 아니지만
굳이 왜라는 의문이 남기는 개운치 않은 기분
굳이 묻는 것보다
웬만하면 묻지 않는 편이 나을 때가 많아.
물론 별 뜻 없는 질문을 던지는 일보다
순간적인 궁금함을 참는 일이 늘 더 어렵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