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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Nov 04. 2020

가늠할 수 없는 마음

2020/11/03

어린 시절, 엄마나 할머니에게

"젊었을 땐 어땠어?", "그땐 왜 그랬던 거야?" 같은  질문을 던지면

"그런 거 다 까먹었어."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저 말하기 귀찮거나, 새삼스러운 마음에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요즘 들어 생각하는 게 '정말 다 까먹었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까먹어 가는 스스로를 보며 든 생각이다.

언젠가부터 어린이였던 나,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나, 20대의 나의 모습과 감정, 현재의 나와완전히 분리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싶은 기분.

지난 시절의 내가, 마치 완전히 다른 생명체처럼 저 멀리 섰다.

얼마 전에는 첫사랑의 이름마저 가물가물해서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

정말 까먹었다.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고, 나는 자연스레 나를 지워가고 있다.


동시에 드는 생각이

이 와중에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라고 말할 때의 감정은 얼마나 강렬한 것인가에 대해 곱씹어 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강렬해지는 미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그리움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 얼굴, 표정, 말투

매일 쌓여가는 수많은 기억 중에, 남기고 남겨서 살아남은 그 감정은 대체 얼마나 깊은 것일까.


가늠할 수 없는 너의 마음.

짐작도 못할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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