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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Jun 05. 2023

[도쿄텐텐 3] 붓꽃이 피는 계절

몇 년 전 도쿄를 방문했을 때, 네즈미술관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다. 

여행 책자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 대나무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분위기의 미술관 외관에 흥미를 느꼈지만, 내부 수리 중이라는 사실을 미리 검색해 보는 치밀함은 없었던 탓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던 네즈미술관으로 다시 향했다. 물론 현재 어떤 전시를 하는지 찾아보는 준비성은 여전히 갖추지 못한 채로... 

네즈미술관의 입구 

정갈한 분위기의 입구를 지나 미술관 안으로 들어섰다.  

네즈미술관의 정원에 붓꽃이 피는 시기에만 공개한다는 일본의 국보, 붓꽃 병풍의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런 뜻밖의 행운이 따를 줄이야. 

예상치 못했기에 더욱 즐거운 행운을 마음껏 누려보기로 한다. 


오카다 고린 [제비붓꽃]

조심스레 들어선 미술관 안에서 마주한 오카다 고린의 [제비붓꽃] 병풍. 

황금색 배경에 힘차게 피어난 제비붓꽃이 강렬한 기세를 뿜어낸다.  

지난해부터 민화를 배우고 있는 덕에 더욱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작품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하기 시작한 그림이니까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하나씩 새로운 면모를 알아가는 설렘으로 찬찬히 한 작품씩 음미한다.  


5000엔 지폐에도 새겨져 있는 [제비붓꽃]

미술관 내부 구경을 마치고, 네즈 정원으로 향한다. 

군집을 이룬 붓꽃밭 마주한 적은 처음.

[제비붓꽃] 병풍을 보고 온 뒤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풍경이다. 

여행을 하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공간을 한 번 봤으면 되었다, 싶은 곳. 혹은 사랑하는 이와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으로 나눌 수 있다면, 네즈미술관은 당연히 후자가 아닐까 싶다. 

내년 이맘때 즘 붓꽃이 피는 계절에 붓꽃 그림을 보러 오지 않을래? 그런 낭만적인 약속 하나가 있다면 그 만남을 기다리는 1년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공간을 다녀왔다.  


딸깍, 기분 좋은 대나무 분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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