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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절망은 차가운 돌덩이처럼 목구멍에 걸렸다.

세상의 모든 맛을 본 후 혀의 감각을 잃어버린 전설적인 미식가의 이야기


"맛의 바벨탑이 무너진 자리에는, 오직 화학 기호의 잔해만이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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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 속에서, 천 년 된 소금 결정의 완벽한 짠맛을 마지막으로 삼킨다. 혀는 움직였으나 신경은 침묵했다. 그 거대한 절망은 차가운 돌덩이처럼 목구멍에 걸렸다. 미식의 황제였던 자는 이제 그 어떤 불도 지필 수 없는 폐허에 곁에 갇힌 채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본다. 세상의 모든 풍미가, 하얀 고독으로 변한 철학적 순간이다.


"감각이 죽었다면, 고통으로 그 증명을 대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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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이 시작되었다. 혀의 표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한의 향신료를 찾아 동방의 사막을 헤매었다. 숯불 위에서 끓어오르는 기름, 뼈를 깎는 듯한 매운 불의 맛. 그는 미각의 부활을 갈망하며 절규했지만, 그것은 맛이 아닌 순수한 통증이었다. 혀는 뜨거운 쇠꼬챙이에 찔린 듯 경련했지만, 그가 바라던 미각의 반전이나 성장은 오지 않았다. 오직 타오르는 불과 지친 발걸음만이 그의 절망을 묘사할 뿐이다.



"결국 모든 길은, 혀가 아닌 심장으로 통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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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방황 끝에, 낡은 시골집 우물가에서 소녀가 건넨 한 모금의 맑은 물. 그 물에는 어떤 맛도, 복잡한 기교도 없었다. 하지만 차가운 물줄기가 목을 타고 흐를 때, 잊었던 눈물의 뜨거움이 볼을 타고 내렸다. 혀의 감각을 잃었지만, 그때서야 비로소 세상의 슬픔과 우정을 맛본다. 그는 미약하게 웃었다. 감각의 상실이, 역설적으로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 것처럼, 다시 시작될 무엇인가를 암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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