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의 태생은 기존의 기업들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는 **운영체제(OS)**를 만든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하드웨어는 껍데기일 뿐, 진짜 혁신은 시스템 안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팔란티어도 그와 비슷할지 모른다. 이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기업과 국가가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세상을 구동하는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만들고 있는 셈일지도 모른다. 팔란티어는 스스로를 **"조직을 위한 운영 체제"**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제조업 OS인 파운드리와 워프스피드를 통해 글로벌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 제국(Digital Empire)**을 건설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팔란티어의 본질은 **‘문제 정의의 기술’**에 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회사는 솔루션을 팔지만, 팔란티어는 고객에게 문제를 다시 묻는 접근을 취하는 듯하다. “지금 해결하려는 게 진짜 문제인가?”. 이 질문에서 시작된 사고방식은 어쩌면 AI보다 깊을 수 있다. 팔란티어는 데이터 통합 이전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의 결함이나 **가장 취약한 요소(미니멈의 법칙)**를 찾아내는 기술에 집중하는 듯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팔란티어는 단순히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유를 구조화하는 도구, 즉 생각의 틀을 만든 회사가 아닐까.
팔란티어의 철학은 창업자들의 성격만큼이나 이질적인 요소가 섞여 있는 듯하다.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은 **“경쟁은 패자의 전략이다”**라 말하며, 늘 ‘0에서 1로’ 가는 길, 즉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독점적인 표준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알렉스 카프는 독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CEO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대신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고 **증강(Augmented Deliberation)**하는 존재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두 사람이 만든 기업은, 단순한 기술회사가 아니라 사고 실험실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팔란티어의 알고리즘은 어떤 결정도 스스로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모든 과정에 **감사 기록(Audit Trail)**과 **권한 계층(Permission Layers)**을 남겨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하려는 장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멋있는 자동화보다 책임이 환하게 보이는 자동화를 택한 셈일 것이다.
그 중심에는 **‘온톨로지(Ontology)’**라는 개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데이터의 통역기이자 **의미론적인 계층(Semantic Layer)**이다. 서로 다른 시스템—회계, 인사, 물류, 고객 등—이 제각각 말하는 언어를 **하나로 통합해주는 ‘공용 언어’**인 셈일지도 모른다. 온톨로지를 통해 팔란티어는 기업 전체의 데이터를 하나의 세계처럼 연결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시스템은 현실 세계의 개념을 구현한 디지털 트윈이 되는 것 같다. AI가 바로 이 구조 위에서 작동하는 듯하며, AIP(AI Platform)는 온톨로지를 통해 LLM이 기업 데이터를 **“찰떡같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로써 데이터 정제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기존에 6개월 걸리던 파일럿이 이틀 만에 완료되기도 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그 실전 능력은 여러 사례에서 엿보이는데,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온톨로지 기술을 통해 국가 운영 체계를 새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미군은 고담(Gotham) 플랫폼을 통해 테러 네트워크를 추적했다는 보고가 있다. 병원은 탬파 종합 병원에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패혈증을 조기에 찾아내 연간 300명가량의 생명을 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며, 제조업체는 리어 코퍼레이션에서 재고와 수요, 생산을 통합해 4시간 내 납품해야 하는 Just-in-Time 환경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하나가 아닐까—결정이 빨라지고, 실행이 자동화되며, 조직이 **‘생각하는 존재’**로 바뀐다는 것. 팔란티어의 시스템은 인간의 직관과 데이터를 연결해 느려터진 회의 대신 즉시 반응하는 수평 통합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철학은 매장 운영에도 그대로 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매장을 구성하는 사물과 사람을 객체로 정의하고,
그 사이의 관계를 온톨로지 규칙으로 문장처럼 적고,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정의하며,
**승인형 자동 실행(Action)**을 켜고,
결과를 다시 배우는 피드백 루프를 돌리는 것.
이 다섯 단계가 팔란티어 원리의 적용이자, 소규모 비즈니스의 실전 설계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팔란티어는 “더 똑똑한 대시보드”가 아니라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OS일지도 모른다. 경쟁을 이기는 비결은 화려한 기능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를 정확히 부를 언어(온톨로지), 사람이 책임지는 판단(인간 증강), 즉시 실행되는 루프(Execution)—이 세 가지가 있다면 작은 매장도 거대한 기업처럼 움직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술의 크기가 아니라 사유의 구조가 진정한 경쟁력일 수 있다. 그리고 팔란티어는 그것을 가장 먼저 증명해 보인 기업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