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식 질문: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질문을 설계하는 회사다. 팔란티어가 만들어낸 혁신은 기술보다 사고의 구조에 있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사람의 생각 자체를 다시 짜도록 만드는 장치다.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정보를 조직하는 것을 넘어, 기관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epistemological shift)'**을 가능하게 한다.
팔란티어의 질문은 세 가지 결이 있다.
첫 번째는 근본 문제 정의형이다. 보통의 조직은 **“어떻게 해결할까?”**를 묻지만, 팔란티어는 **“그게 진짜 문제인가?”**를 먼저 묻는다. 그들은 솔루션 도입 전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함을 요구하며, 이 문제 정의가 없으면 데이터 통합마저도 의미가 없어진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 도입 당시, 팔란티어 개발자가 **"데이터 통합을 하려는 이유가 뭐야?"**라고 묻자 토론이 멈춰버린 사례가 있다. 이들은 ‘현상’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성장을 막거나 궁극적으로 존재를 사라지게 하는 **“가장 취약한 요소(미니멈의 법칙)”**가 무엇인가를 파고든다. 문제의 뿌리를 구조적으로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모든 혁신의 출발점이라 믿는다. 그래서 팔란티어 내부에서는 '왜(Why)’를 다섯 번 반복해 묻는다(Five Whys). 이는 도요타의 린 생산 시스템(lean-production system)을 설계한 다이이치 오노(Taiichi Ohno)의 근본 원인 파악 방법을 차용한 것이다. 표면이 아니라 뿌리를 찾는 끈질긴 호기심의 사고, 그것이 그들의 기술이다.
두 번째는 반대론적(Contrarian) 질문이다. 피터 틸은 **“경쟁은 패자의 전략”**이라 말하며, 혁신은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진실(Secrets)’**을 찾는 데서 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팔란티어의 질문은 언제나 군중의 반대편에 서 있다.
“아무도 만들지 않은 가치 있는 회사는 무엇인가?”. “당신의 신념 중, 다른 사람이 동의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 이건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합의(consensus)에 길들여진 사고를 깨는 훈련이며, 지적 도전을 테스트하는 채용 기준이기도 하다. 이들은 ‘0에서 1’로 나아가려면, 이미 존재하는 해답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부터 찾아 **독점적 표준(Monoson)**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세 번째는 실행과 내구성을 시험하는 질문이다. 팔란티어는 고객사에 시스템을 제공한 뒤 이렇게 묻는다.
“사용자가 열 배로 늘면 어떻게 할래?”. “데이터 소스를 더 연결해야 되면 어떻게 할래?”. “너네가 지금 만 만들어 놓은 그 어플리케이션 지금 잘못돼서 다 바꿔야 돼 돼 있는데 그거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니?”. 이 질문들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다. 시스템이 현실의 불확실성을 견디는가를 보는 실험이며, 조직이 **'모듈화된 안주'**에 빠지지 않고 유연성을 유지하는지 점검한다. 이 시스템의 안정화와 유지보수는 아폴로(Apollo) 시스템이 중앙에서 자동적으로 담당하며, 일주일에 수만 번의 업데이트를 처리한다. 이건 마치 엔진에 일부러 진동을 줘보며 구조의 균형을 검증하는 공학자의 태도와 닮았다.
유산: 사고의 구조화 결국 팔란티어식 질문은 세상에 대한 **관점(viewpoint)**을 바꾼다. 이들은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의 프레임을 해체한다. **“왜?”**라는 단어를 다섯 번 던지고, **“다른 시선에서 보면?”**을 반복하며, 질문 자체를 다시 설계한다. 온톨로지가 없는 데이터가 규칙이 없어 **'할루시네이션(헛소리)'**에 빠지게 하듯이, 질문을 통해 명확한 규칙을 부여할 때, 데이터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사유의 언어가 된다. 나는 이 사고법이 기술보다 더 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에서도, 조직에서도, 삶에서도 팔란티어식 질문은 이렇게 작동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내가, 혹시 문제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 하나가 시스템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고, 결국 생각하는 구조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