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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는 태생부터 다르다

팔란티어는 태생부터 다르다. 애초에 세상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 아니다. 팔란티어의 출발점은 9·11 테러 이후, 테러범들의 금융 거래를 찾아내고, 용의자를 식별해내기 위한 국가 안보 프로젝트였다. 그들의 첫 임무는 시장의 경쟁이 아닌, 생명과 시간의 문제였다. 실제로 창립 초기에는 CIA의 벤처 캐피탈인 In-Q-Tel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성장했다. 즉, 팔란티어의 탄생은 **‘사업’이 아니라 ‘임무’**였다.


국가의 신경망으로 설계된 시스템 그래서 팔란티어의 DNA는 범용이 아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가장 복잡하고 위태로운 환경 속, 극도로 한정된 문제를 풀기 위해 태어난 도구였다. 데이터 속에서 파편화된 정보를 엮어 보이지 않는 위협 네트워크를 찾아내고, 그것이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실패하지 않는 분석”**을 목표로 했다. 초기 소프트웨어인 **고담(Gotham)**은 군대, 경찰, 정부까지 쓰게 되는 소프트웨어의 중심에 있었다. 이들의 기술은 **미 국방부의 임무 수행에 필수적(mission-critical)**인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처음부터 단순한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국가의 신경망으로 설계된 셈이다.


위험한 영역에서 민간 시스템으로의 전이(轉移) 하지만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그들은 보안·첩보라는 좁고 위험한 영역에서 IED(도로변 폭탄) 공격 방지나 테러범 추적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작동하는 시스템’**의 힘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 성공이 다른 문을 열었다. 에너지, 의료, 제조, 금융 같은 민간 영역이 파운드리(Foundry) 플랫폼을 통해, **“그 기술을 우리 문제에도 쓸 수 있을까?”**라고 묻기 시작한 것이다. 팔란티어는 그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고, 그 순간부터 국가의 시스템이 기업의 시스템으로 이식되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확장이 아니다. 팔란티어는 ‘적용’을 통해 스스로를 재설계한 회사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쌓은 기술을 하나의 모델로 증명하고, 그 모델을 확장하며 다시 **능력치(경험치)**를 쌓는 구조다. 이 과정은 **반복적인 제품 개발 방식(iterative product development)**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하나의 깊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얻은 통찰이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기적인 언어로 변하는 과정이다. 즉, 팔란티어는 기술 기업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축적체다.


기술적 증거와 신뢰의 구조 그런데 이런 구조가 가능했던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신뢰와 협력의 구조에 있다. 국가와 군, 정보기관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다루는 윤리'**와 **'실행 신뢰도'**를 누적시켰다.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의 **최고 등급 기밀 서류를 다룰 수 있는 권한(임팩트 레벨 6)**을 획득하는 등, 가장 민감한 상황에서 신뢰와 보안을 입증했다. 이건 단순한 납품 실적이 아니라, 이들이 구축한 장기적인 관계와 기술적 검증이 국가 단위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다. 그 신뢰가 결국 **민간 시장으로의 전이(轉移)**를 가능하게 했다. 팔란티어의 성장은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장 위험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술적 증거 그 자체였다.


성공의 기억이 집적된 OS 결국 팔란티어의 성장 모델은 단순하다.


극도로 전문적인 문제를 맡는다. (9/11 테러 대처, 국방 문제 해결) 그걸 완벽히 해결한다. (군대라는 가장 바꾸기 어려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해결 경험이 새로운 시장을 연다. (정부 부문에서 상업 부문으로의 성공적인 확장) 그 시장이 다시 회사를 진화시킨다. (새로운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온톨로지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시스템을 개선한다) 사실, 많은 회사가 이런 구조로 움직인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고, 그 해결 경험을 신뢰로 바꾸는 것. 팔란티어는 그 구조를 가장 순수하고 강렬하게 수행한 기업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시스템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성공의 기억’이 집적된 운영체제(O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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