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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시 묻는 자 피터 틸

세상을 다시 묻는 자 피터 틸은 단순히 혁신적인 기업가나 벤처투자자가 아니다.

그는 현대 기술 산업의 방향성과 정치적 사고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 **‘기술계의 이단아(Contrarian Capitalist)’**이자, 동시에 철학적 사유가다.


그의 독특한 세계관은 팔란티어(Palantir), 페이팔(PayPal), 페이스북(Facebook) 등 그가 관여한 모든 기업의 **사유 구조(DNA)**를 형성했다.


르네 지라르와의 만남 ― 모방을 거부한 자 피터 틸의 사상적 뿌리는 스탠퍼드 시절 스승이었던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에게 있다.


지라르는 인간의 욕망이 스스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행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 욕망은 결국 경쟁, 갈등, 폭력으로 이어진다.


틸은 이 통찰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경쟁은 모방의 산물이며, 모방은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이 생각은 이후 그가 기업 경영에서 ‘경쟁을 피하는 전략’을 세우는 근거가 되었다.

페이팔 시절 X.com과의 격렬한 경쟁을 겪으며, 틸은 ‘경쟁을 이기는 것보다 경쟁을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0에서 1로’ ―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든다는 것 틸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Competition is for losers.”

그는 기존의 것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1에서 N’의 혁신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0에서 1’의 창조를 진짜 혁신으로 본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독점(Monopoly)**의 본질이다.

모든 행복한 기업은 서로 다르고, 그 다름이 곧 생존의 비결이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반대론자(Contrarian)**로 사고한다.

그는 채용 면접에서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신념 중, 다른 사람이 동의하지 않을 것은 무엇입니까?”

그에게 있어 ‘모두가 동의하는 생각’은 이미 진실이 아닌 것이다.

그의 투자는 항상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만들지 않은, 그러나 꼭 필요한 회사는 무엇인가?”

팔란티어에 투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빅데이터’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


그는 국가 안보와 데이터 분석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보았다.


죽음을 거부한 철학 ― 영원히 살 것처럼 피터 틸의 사고에는 죽음에 대한 근원적 저항이 깔려 있다.

그는 세 살 무렵, “모든 생명은 결국 죽는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그때부터 그는 기술을 통해 인간이 죽음을 유예하거나 초월할 수 있다는 믿음을 품었다.

그래서 그는 생명공학, 노화 방지, 인공지능 등

‘시간과 싸우는 기술’에 꾸준히 투자한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아라”라 말했을 때,

정반대로 말했다. “매일을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라.”

그에게 기술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죽음을 거부하는 철학적 실험이다.


틸과 카프 ― 두 철학의 공존 팔란티어에는 피터 틸의 급진적인 자유주의와 함께,

공동창업자 **알렉스 카프(Alex Karp)**의 철학적 균형감이 흐른다.

카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인간의 숙고를 확장(Augmented Deliberation)**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팔란티어의 시스템에는 항상 **감사 기록(Audit Trail)**과 **권한 계층(Permission Layer)**이 포함된다.


AI가 결정을 내리더라도, 책임은 반드시 인간에게 남겨두는 구조다.

카프는 이를 가리켜 “우리가 작성한 가장 가치 있는 코드”라고 말했다. 피터 틸은 세상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세상을 다시 묻는 법을 가르쳤다.


그의 질문은 언제나 이렇게 시작된다. “지금 당연하다고 믿는 것은, 정말로 당연한가?”

이 질문 하나가 팔란티어의 철학, 그리고 미래 기술 문명의 윤곽을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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