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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성준 Jun 13. 2020

계절마다 업종이 바뀌는 꽃집

봄에 꽃집, 여름엔 옥수수, 겨울엔 호떡집으로 업종 전환 카멜레온 가게

내가 자주 가는 떡집 옆에 야채가게가 있었는데 그 다음에 꽃집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 가게는 계절마다 업종이 바뀐다. 봄에는 꽃집이고 여름이되면 옥수수팔고 겨울이 되면 호떡집으로 변신한다. 처음 꽃집이 들어섰을 때는 사진에서 보듯이 플랜카드도 없고 아무런 표시 싸인 조차 없이 가게 앞에 꽃만 갖다 놓고 팔았다. 인테리어 비용제로, 정말 전에 아채가게가 나간 상태 그대로 문을 열었다. 그저 책상 몇개 갖다 놓고 신용카드 단말기가 투자의 전부였다. 가격도 골판지 찟어서 매직으로 쓱 써서 7,000월 써져 있고 가게 안쪽엔 텐트까지 있는 이 꽃집 도대체 정체가 뭔가 싶었다. 

그런데 연중 행사로 꽃을 사던 내가 1-2주에 한번씩 이 꽃집에서 꽃을 사게 되는 단골 손님이 되었다. 떡 사러 갈 때마다 꽃을 한묶음씩 사오게 되는 나를 보며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 변화를 일으킨 원인은 단 하나. 꽃 가격이 너무 싸다. 아래의 꽃 한 다발에 5,000 원 줬다. 꽃집은 오늘까지 영업한다며 마지막 영업일이라 싸게 준다면서 8,000원짜리인데 5,000원에 가져가라해서 아내에게 점수 좀 땄다. 대부분 꽃이 한 다발에 3,000원부터 8,000원이니 가다 오다 꽃을 살 수 밖에 없다. 아내 생일엔 2만 5천원 큰 꽃다발을 샀더니 집에 화병 3개에 나누어 담아야 했다. 다른 꽃집에 비해 턱없이 싸기에 어떻게 이렇게 싸게 파는 지 궁금해졌다. 

가게 주인에게 물으니 계절마다 장사 종목이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꽃은 봄에만 팔고 여름으로 넘어가면 옥수수집으로 전환했다가 가을 겨울에는 호떡집이 된다고 한다. 계절마다 잘되는 업종에 집중하니 효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다른 꽃집은 봄에 한창 벌고 다른 계절에는 그저 그러니 평균적으로 꽃값을 싸게 하기가 어렵다. 또한 이렇게 비슷하게 영업하는 가게가 10곳이 있어서 서로 동업 관계로 꽃만 조달하는 아저씨가 있어 하루에 수천만원어치 꽃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가게들에게 공급한다고 한다. 호떡 담당, 옥수수 담당 같이 자신이 제일 잘 하는 종목 노하우를 공유하고 계절마다 제일 강점이 있는 업종으로 변하니 얼마나 효율성이 높겠는가? 


또한 이 가게를 열때는 3개월 깔세로 들어가서 리스크를 최소화하였다. 보통 가게를 오픈하면 권리금에 보증금 인테리어까지 수억원이 그냥 날라간다. 그렇게 투자를 해서 생각만큼 잘되면 좋지만 안되면 그냥 억단위로 손해가 난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1년을 못버티고 열자마자 몇개월 못가 문을 닫는다. 그런데 이 꽃집은 3개월 단기 계약으로 한번 해보고 안되면 떠날 수 있는 최소한의 투자 최소한의 꽃집으로 시작해서 소비자의 반응을 테스트 한 후 정착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마치 IT 업계의 그로스해킹, 최소한의 제품으로 실험을 통한 개선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오프라인 가게도 최소한의 리스크와 업종 전환 실험, 공동구매를 통한 매입 단가 최소화로 경쟁력을 갖춘 이 꽃가게에서 장사의 핵심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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