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 분석이라면 리텐션 분석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넷플릭스 같은 구독 사업은 가입자가 언제 가입하고 언제 탈퇴하는지 알 수 있지만, 쿠팡 같은 일반적인 인터넷 쇼핑몰은 탈퇴라는 개념이 없다. 언젠가부터 더 이상 사지 않으면 그 고객은 죽었다고 여긴다. 실제 고객이 사망해서 더 이상 사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 더 이상 그런 제품이 필요 없거나 다른 업체로 갈아타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퇴 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고 탈퇴 확률을 추정할 뿐이다.
첫째 리텐션 분석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유저의 탈퇴 여부를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분석을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회사들에서 일정 기간 구매 활동이 없었던 고객을 죽었다고 가정하고 분석한다. 예컨대 최근 3개월 간 재구매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로 리텐션을 분석한다. 문제는 최근에 가입한 고객은 다음 구매 시점이 오지도 않았는데 죽었다고 분류된다. 또한 구매 주기가 긴 고객도 살아 있는데 죽었다고 분류된다.
위의 그림 처럼 마지막 구매일자가 같은 고객 A와 B는 죽어있을 확률이 다르다. A는 구매 주기가 길어 아직 살아있을 확률이 B보다 크다. 현재 시점에 이 고객이 죽었는지 살았는 지 데이터로 알 수 있으면 분석이 쉬울 것이다. 죽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구매를 언제 했는지 얼마나 자주 했는지를 보고 통계 모델로 예측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충분히 시간이 지난 후에는 특정 고객이 죽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지 않을까? 맞다. 2년동안 한번도 재방문이 없는 고객은 죽어 있을 확률이 매우 크다. 그러나 2년 동안 다시는 안산 고객은 별 가치가 없다. 그래서 리텐션 분석은 주로 구매 주기, 방문 주기가 짧은 앱, 게임 같은 산업에서 많이 쓴다. 자동차나 가구 구 같이 구매 주기가 몇 년씩 되는 기업은 잘 쓰지 않는다. 그리고 리텐션 분석은 그저 고객 행동을 관찰만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현업에서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고객에게 마케팅을 해서 재구매를 유도하고 이들이 계속 구매를 이어나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성과 측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유령을 잡아야 하는데 그 유령이 어떤 무기에 더 잘 반응하는지를 측정해야 하니 더 어렵다.
위의 그림처럼 중간에 프로모션을 해서 같은 날 추가 구매가 일어날 수 있다. 쌍둥이 고객 A, B가 있어서 실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프로모션 이후 일어난 구매가 프로모션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사려했는데 샀는지 알 수가 없다. 고객 A는 구매 주기가 프로모션 전과 후가 거의 비슷하다. 고객 B도 프로모션 효과가 있는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어렵다.
둘째, 리텐션 분석이 더 어려운 이유는 리텐션은 장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과 MIT에서 실제 카탈로그 판매업체와 장기간 (2년 6개월) 실험을 한 결과이다. 카탈로그를 실험군 대조군으로 나누어 실험군에만 일부 품목에 60% 할인을 했고 대조군은 30% 할인을 했다. 나머지는 똑같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그 구매 행동을 추적 관찰했다. 결과는 프로모션 실험군의 경우 구매 빈도가 단기적으로 34.6%가 늘어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 실험군은 구매 빈도가 10%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총 구매 빈도는 대조군과 차이가 없어졌다 (Anderson & Semester 2004).
뿐만 아니라 프로모션을 받은 실험군은 더 싼 제품을 구매했다. 처음에 60% 할인을 받았으니 단기적으로 주문당 평균 가격이 36.7% 낮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똑같은 카탈로그를 받아 주문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문당 가격이 11.5%가 더 낮았다.
단기적으로 보면 구매 빈도가 34.6% 증가하여 주문당 평균 가격이 36.7%가 감소해도 매출은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모션을 받은 고객은 장기적으로 보면 구매 빈도는 떨어지고 11.5% 더 싼 제품을 구매하여 1인당 고객생애가치 LTV는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2년 넘게 실험을 할 수 있으면 리텐션에 대한 영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기업이 이렇게 2년간 실험하게 둘 수가 있나? 그래서 장기적인 구매에 대한 영향을 알기가 이렇게 어렵다.
셋째, 리텐션은 고객에 따라 다르다. 위의 실험 결과들은 기존 고객들에게 한 실험이다. 다음 실험은 신규 고객에게 했다. 그랬더니 단기적으로 구매 빈도가 30.2%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구매 빈도가 증가하여 총 구매빈도가 31.85%나 증가하였다. 신규 고객은 대폭 할인을 통해 많이 구매했더니 이들은 장기적으로도 더 많이 구매하였다. 제품에 대해 잘 몰라 구매를 망설였다 써보니 좋아 구매가 늘어난 학습 효과의 영향이 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텐션 분석은 탈퇴 여부를 개인별로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고객 전체를 하나의 그룹으로 보거나 가입시기가 비슷한 고객끼리 하나의 코호트로 묶거나 특정 행동을 기반으로 그룹별로 묶어서 분석한다. 문제는 개별 고객의 특성을 무시하고 큰 그룹별로 고객의 리텐션만 분석하면 잡아야 할 고객은 놓치고 보내야 할 고객을 잡게 된다. 아래처럼 남자 여자 리텐션이 다른데 평균치로 모델하면 남자의 고객생애가치는 실제보다 높게 여자는 더 낮게 예측할 것이다. 리텐션 분석은 고객의 특성, 유입 채널 정보 등을 고려하여 고객별로 다른 생존 확률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리텐션 분석은 어렵다. 그래서 계량 마케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를 분석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들은 고안해냈다.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리텐션 분석에서 다루고자 한다.
참조 문헌
Anderson, Eric T and Semester, Duncan I. (2004) “Long-Run Effects of Promotion Depth on New Versus Established Customers: Three Field Studies”, Marketing Science, Vol 23, No.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