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구름이 아닌 땅을 걷는다>
스무 살의 나에게 꿈은 풍선 같아서
크게 불수록 나를 멀리 날려 보낼 줄 알았다
나는 매일 원대한 꿈을 꾸었고,
꿈을 꾸지 않는 자들을 비웃었다.
그런데 이상 속의 나는 이미 구름 위를 떠돌고 있었는데,
현실 속의 나는 여전히 땅에 발을 붙인 채,
올라갈 길을 찾지 못했다.
높이 오를수록 깊이 떨어지는게 두려워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게 두려워서,
나는 끝내 풍선을 터뜨리기로 마음먹었다
언제가 가장 아팠을까?
꿈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을 때였는지,
아니면 꿈의 크기만큼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였는지,
아니면 다음으로 어떤 꿈을 가질지 알지 못했을 때였는지,
더는 꿈을 갖지 않기로 했을 때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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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은 구름이 아닌 땅을 걷고,
평범한 일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평생을 구름에 닿지 못하는 삶을 살더라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작은 일에도 쉽게 만족하고
땅에서도 행복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마지막에는 여느 꿈 많은 자들과 다름없이,
태어났던 땅으로 돌아가 숨을 거둔 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롭다.
사람은 구름이 아닌 땅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