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친구 아홉 명이서 발리로 여행을 왔다 생긴 일이다.
최근 BCG를 그만둔 친구에게 왜 회사를 그만뒀는지 물어봤다. 친구는 사실 요즘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 안 좋았던 트라우마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고 고백했다.
놀라운 것은 그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섯 명 모두 정신적인 아픔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OCD (강박장애)로 정신과를 다니는 친구, 부모와의 트라우마를 토로하는 친구, 최근에 엄청난 업무압박에 베개에 얼굴을 박고 소리 질렀다는 친구까지. 다들 좋은 회사에 다니고 몇몇은 아이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게 좋아 보이던 친구들이 자신의 아픔을 공유하던 모습이 나에게는 매우 낯선 광경이었다.
평균 연령 32세의 친구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신적 문제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왜 십대들에게는 사춘기라는 단어가 있는데, 30대들을 위한 단어는 없는 걸까?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는 나이,
일의 적성을 고민하는 나이,
스스로의 한계가 모든 것의 무의미함을 경험하는 나이,
사랑마저 숙제가 되는 나이.
욕망하거나 권태로운 나이.
흥미로운 것은 다들 힘들게 살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다. 이틀 동안 실컷 웃고 떠들고 마시면서, 이렇게 힘든 삶인데도 왜 살아갈 의미가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힘든 순간들이 훨씬 많더라도, 이렇게 가끔씩 서로를 지탱해 주는 순간들이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