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Feb 04. 2022

고통 이후의 행복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

5년쯤 전인가……. 예전에 다니던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적당한 형제를 찾아 주고 싶으셨는지, 이상형이 누구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다.

나는 “자기가 죄인인 줄 아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 “회개”를 지금 만큼 깊이 묵상하고 깨닫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표현에는 참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나 자신이 죄인임을 아는 것”, 사실 이건 이상형에게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 자신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했다.

만약, 자기가 “죄인”인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십자가 은혜의 깊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하나님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긴 문장을 짧게 줄여 “죄인인 줄 아는”사람이라고 이상형을 표현했었다.


만약, 나 자신이 “죄인”임을 아는 것을 지나, 모든 죄를 용서하시는 십자가 은혜를 깨닫지 못한다면, 죄인임을 아는 것은 매우 아주 괴롭고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십자가 은혜로 자신이 “죄인”에서 “의롭다 칭함을 받은”사람으로 옮겨진 것에만 너무 집중한다면, 어차피 용서하실 것이니 막사는 인생으로 치우치기 쉽다. 흔히 이야기하는 “성화”의 과정을 걸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화”의 과정을 여러 방면에서 설명한 설교와 신학 서적은 많이 있었지만, 이 책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거룩해져 가는 과정”을 간단하고 명료하고 정확하게 설명한 것 같다.

 



저자는 여는 말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매우 매우 중요한 개념이자 진실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회복은 길고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열매는 달았습니다. 저는 하나님과 더 친밀한 교제를 누릴 수 있었고, 성경이 가르치는 회개를 좀 더 은혜롭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저는 회개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회개는 슬픔과 고통의 과정이면서도 그 가운데 하나님과 누리는 화목의 기쁨이 어우러져 있고, 그 결국은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이 책의 저자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누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깨닫게 되는 진실일 것이다.

계획적인 인생을 매우 즐기던 내가, 나의 계획과 전혀 관계없이 비자발적으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서, 인생의 모든 목표와 계획들이,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고자 마음먹고 노력했다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물거품 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경험 이후에 뭔가 새로운 길을 주시겠지 기대하며 기다리던 1년 동안 침묵하시는 것 같은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광야의 시간을 지날 때쯤 깨달았던 것은.


나는 정말 “찌그러진” 죄인이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것, “하나님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를 위해서”였다는 것.

지금 깨닫고 돌이키고 회개했지만, 죽을 때까지, 나의 “찌그러짐”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여전히 사랑하시고, 그 찌그러짐 들을 조금씩 회복해 나가실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여러 가지 “찌그러짐”들을 발견할 때는 매우 괴롭고 끔찍하고 나 자신이 역겹기까지 하지만, 그 후에 하나님이 나를 “회복”시켜 주시는 과정은 그 고통을 다 덮고도 남는다는 것. 


Photo by Jametlene Reskp on Unsplash


이러한 개인적 경험 뒤에도 사실 “속죄”와 “회개”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것을 매우 명확하게 구분하여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우리가 죄를 용서받는 것은 십자가에서 이루어진 속죄 덕분입니다…… 그렇게 죗값을 치른 덕분에 우리에게 회개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따라서 죄 용서는 속죄라는 토대 위에서 회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속죄와 회개를 명확히 구분한 후, 여섯 가지 회개의 단계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회개의 개념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여기서 그는 단순히 “개인”적인 회개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회복되길” 구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회개”를 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려는 죄를 멈추려 노력했지만, 이것이 “회개”의 마지막 단계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하나님과 나의 관계의 각도에서 회개와 공동체의 회복을 설명한 후, 저자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  ‘회개와 이웃과의 관계’를 더 자세히 언급한다.

하나님께 용서받았으니 내가 잘못한 상대방에게 용서받을 필요가 없다거나, 상대가 나를 용서하지 않으면 속죄받지 못한다 둘 다 회개와 속죄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여 생긴 오해이다.

“이웃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 역시 형벌을 면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로 이미 형벌은 면제받은 자로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지키기 위해 이웃에게 죄를 고백하고 배상을 하는 것입니다. 96p”


Photo by Felix Koutchinski on Unsplash


회개를 통해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뿐만 아니라, 내가 잘못을 저지른 이웃과의 관계까지 회복될 수 있다는 소망이 여기에 있다.


닫는 말에서 저자는 다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드러냈던 개념을 다시 한번 다른 표현법으로 풀어낸다.

“회개는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사랑하던 사람이 하나님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이며, 따라서 회개는 사랑의 방향을 돌이키는 여정입니다……회개는 죄책감에서 출발해 하나님의 사랑에 이르는 여정입니다……그러니 회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동시에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아는 자라면, 그 분과의 관계가 매일매일 새로워지는 사람이라면, 회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욱 감사한 것은, “하나님은 회개를 받으시는 분인 동시에 회개를 불어넣어 주시는 분이시기도 합니다”라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사랑”에서 시작하여

“하나님의 사랑”에서 끝난다.


그래서 회개는 기쁨이고,
그래서 회개는 복음이며,
그래서 회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마지막을 기대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