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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Nov 08. 2020

나의 딸 아들들에게 주는 글

벌써 십 년이 지났다. 십 년 전 새봄의 정기를 가득 품은 칠갑산 정상에 올라 그 놀라운 감흥에 젖어 내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편지를 작성하였다. 내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글이었지만 나 스스로가 그렇게 살고 싶은 내용이었고, 십 년의 삶을 살아오면서 늘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였다.

오늘 다시 꺼내어 보며 느끼는 것은 겸손, 사랑, 존경, 배려 등의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내용이었던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5년 전에는 출력하여 화장실에 붙여 놓았었다.

아이들의 태명을 산강누리라고 지은 것은 큰 아들을 산이라고 지은 후, 둘째가 따님이라서 자연스럽게 강이라고 짓게 되었다. 지금도 아이들을 부를 때는 가끔씩 태명으로 부르곤 한다. 그 태명에 좋은 의미를 담아 가훈처럼 주고 싶어서 쓴 내용을 이사를 하게 되어 집안 정리를 하다가  다시 꺼내어 본다.




영산(靈山)은 하늘에 솟으나 구름으로 가리고
심강(深江)은 한없이 깊으나 샘물처럼 고요하며
온누리(大地)는 가없이 너르나 대처럼 곧다.



산이 좋다.
속 모를 만큼 깊은 속내를 품은 채 호불호를 가리지 않고
온 세상을 품은 그 아량이 좋다.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의 멋을 지키며
세상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그 함께 함이 그리 좋을 수 없다.

강이 좋다.
그 깊은 속 많은 사연 품은 채 유유히 흘러가는 여유로움이 좋다.
여기저기 사방에서 흘러드는 모든 고난과 역경을 거부하지 않고
품어 안고 정제하는 그 맑은 정신이 향기롭다.

대지가 좋다.
네게 뿌리내리는 세상 모든 생명의 씨앗을 키워주는 모성이 위대하다.
끝이 어딘지도 모를 그 드넓은 세상을 갖고도 외진 처에 풀 한 포기마저도
정성스럽게 피워 내는 그 아량이 너무도 장대하구나



그래서 너희들의 태명을 그렇게 지었단다. 산 강 누리
늠름한 큰 아들 민준이는 산(山)!
예쁜 둘째 따님 지윤이는 강(深)!
막내 개구쟁이 민재는 누리(地)!

그렇게 살아라!
산 강 누리처럼!
사랑한다. 우리 강아지들

                        2010년 4월  25일      칠갑산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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