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한파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출장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꽁꽁 얼어버린 논에서 팽이치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문득 유년 시절 해저무는 줄 모르고 팽이놀이에 빠져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작은 팽이 돌리는 것이 무에 그리 재미있었을까 생각하며 잠시 단상에 젖는다. 혹여 지금 나의 삶도 여전히 팽이 돌리기의 지속은 아닐까?
팽이에게 배우는 돌고 도는 인생
팽이는 돌아야 선다. 팽이가 돌지 않으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고 팽이로서의 가치는 없어진다. 돌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팽이라 불릴 수 있다. 쓰러져 있는 팽이에게 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변화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변화란 스스로 도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그 누구일지라도 정체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도가 높았던 옛 선인들도 스스로 항상 낮추어 배움에 임하고 스스로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왔다. 돌아보라! 정체된 역사가 발전한 적이 있던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외부의 변화를 수용하고 스스로 발전하고자 변화하는 열망만이 성장하고 인류를 지배하였다.
다음으로 팽이는 누군가 세워주어야 하고 외부의 채찍을 맞아야 돌아간다. 혼자 힘으로는 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설 수도 없다. 누군가 세워주고 채찍으로 돌려줘야 한다.
사람은 나고서부터 부모 손을 의지하여 일어서고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장하고 발전한다. 누군가 스스로 자수성가했노라고 자랑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더불어 산다. 타인의 도움을 받고 성장하고 또 도와줄 때 비로소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채찍은 아프지만 팽이를 돌려주는 동력이다. 인간은 시련과 고난을 통하여 배우고 강해지고 성장한다. 채찍과 시련은 아픈 성장통으로 그 강도에 비례하여 성공의 크기도 더욱 커진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팽이는 가장 뾰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고 그 부분을 이용하여 바로 선다. 돌아야만 제 가치가 있는 팽이에게 모난 부분은 핸디캡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그 뾰족하게 모난 곳을 무게 중심으로 바로 서서 돌게 된다는 것은 매우 큰 교훈을 준다. 모난 돌이 정 맞을 수도 있겠지만 갈고 닦게 되면 그게 무기가 된다. 즉 팽이의 뾰족함이란 팽이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고 능력이다. 사람으로 치면 핵심역량이랄까? 인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라도 자신이 똑바로 설 수 있는 핵심역량이 있어야 한다.
무거운 팽이가 오래 돈다.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가벼운 팽이야 처음은 빨리 돌겠지만 제가 가진 힘이 부족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지게 된다. 하지만 무거운 팽이는 늦더라도 제가 가진 무게의 힘으로 오래도록 서 있을 수 있다. 끊임없는 독서로 배우고, 타인의 가르침과 경험으로 배우는 사람이 진정으로 대기만성하여 우뚝 서게 된다. 배움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한다.
흔히 돌고 도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아직도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모나지 말고 둥글둥글 살자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아울러 모난 것이 둥글어지고 또 그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살다 보면 모난 것도 둥근 것도 제각각 쓸모가 있는 것이다. 다만 각각의 상황에 맞게 제대로 사용함이 옳을 것이다.
오늘 밤 함박눈이 내리는 것을 넘어 퍼붓고 있다. 겨울마저 얼어붙고 있다. 그래도 세상은 돌 것이다. 지구도 돌고 바람도 돌고 사람도 돌고 만물이 돈다. 꽁꽁 얼어버려 꼼짝달싹도 못할 것 같지만 어김없이 우리 삶은 자연의 이치에 맞추어 돌고 돈다. 그 속에 희망도 돌고 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변화를 이루어낸다. 변화 속에 돌고 도는 즐거움이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