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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il Aug 28. 2020

In my lovely little country

2019.12.02 아일랜드 마지막 날


 아일랜드의 마지막 날 만찬들은 모두 푸짐했다. 달키에서 먹은 홍합 스튜!는 여행 중 베스트 음식이다. 덕분에 배가 따뜻해져, 꽤 추웠던 날씨에도 달키의 해변, 언덕들을 열심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토마토 베이스의 홍합 스튜는 처음이었는데, 같이 제공되는 바게트 빵과 감자튀김과도 찰떡이었다. 하프 파인트 기네스까지 한 잔 더해,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혼자만의 만찬을 만끽했다.

 원스에 나온 킬케니힐은 근처까지만 가보고, 다시 다트역 부근으로 내려왔다. 예전에 철없이 친구와 프랑스에서 니체의 길을 걸어가려다가 봉변을 당한 기억이 있어서, 마지막 여행인만큼 여행의 열정을 조금 자제하기로 했다. 무사히 귀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커피 한 잔과 파운드 케이크를 시켰다. 다락방 같은 2층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여행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때 마저 다 기록하지 못한 글들을 이제야 쓰고 있지만) 어둑어둑해지는 밖을 바라보며, 이 여행 또한 마무리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나그네가 잠시 목을 축이며 쉬어가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물론 나는 호화롭게 따뜻한 커피와 촉촉한 파운드케이크까지 먹고 있지만 말이다. 배부른 나그네라는 점에서 나그네 자격 박탈이긴 하다.

 

 온몸 곳곳에 스며들었던 추위가 녹으면서, 조금씩 노곤 노곤해졌다. 하지만 더블린도 아닌, 달키의 작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아마도 이때가 마지막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졸지 않고 열심히 시간을 보냈다.


 일일투어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한 말로, 아일랜드 여행기를 마치려고 한다.

 다니엘은 남은 시간 동안 my lovely little country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이야기했다. 더블린에 대한 다니엘의 애정이 느껴졌고, 자신이 사는 도시에 스스로가 애정 어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이 말이 뇌리에 남은 이유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역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더블린은 작고 작은 도시다. 1박 2일이면 주요 스팟을 다 찍고도 남을만한 도시다. 그런데 내게 더블린은 일주일을 머물러도 부족했다. 스톡홀름처럼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대외적으로 유명하게 알려지지 않은 곳일수록, 보이지 않지만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내 여행 스타일 때문일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낯섦은 사라지고, 많은 것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이방인이 밖에서 보는 시선이 아니라, 현지인이 안에서 보는 시선을 경험하고 싶다. 이를 위해 지도를 보지 않아도 길이 익숙해질 때까지, 긴 호흡으로 한 도시, 나라에 머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보낸다는 사실에 그 이유를 살짝 공감할 수 있었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고, 하나하나 소중한 것들로 이루어진 아일랜드를 생각하며, 내가 생각하는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불편하다. 그 이유는, 새로운 사람/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마음의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굵직굵직한 사건, 외부적인 요소를 말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항상 인생에서는 작지만 하나하나 소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small talk이 아니라 big talk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작지만 소중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자꾸만 찾게 되는 듯하다. 같은 의미에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짙은 매력을 자연스레 내뿜는 아일랜드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첫눈에 반하는 곳은 아니지만, 아일랜드는 찬찬히 반해서 매력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공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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