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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 Jun 15. 2024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 교육

2021 봄

2020년 이후, COVID 19라는 이슈는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고, 원격수업으로 대체된 교육계에 닥친 문제는 단지 학교만의 것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문제임을 모두가 경험하게 되었다. 일련의 사태들은 당연하게 여겼던 공교육의 형태와 방법들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갖고 있었는가를 새삼 느끼는 계기였다. 그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간의 재난 상황을 돌아보며 변화된 사회에 따른 교육 활동을 점검하며, 원격수업에 대한 적응을 넘어선 교육적 성찰, 수업의 질적 개선, 효율적인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모색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술교육의 측면에서 바라보아도, 원격수업이라는 체제는 극복하기 힘든 난제라 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지침에 따른 비대면 학습은 실기의 비중이 큰 예술교육의 측면에서 더욱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본래 예술 교과의 표현 활동은 교수자의 시범과 학습자의 연습이 서로 직접적 지도와 관찰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전통적 대면 수업과 비교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손발을 묶어놓은 상태와 진배없었다. 학습자와 교수자가 서로 마주하더라도, 신체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온라인 화상회의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유일하다. 기술 매체의 발달이라는 혜택으로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온라인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에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원격학습은 여전히 불안하다. 학생들의 미술 체험이나 수행 활동이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예술교육이 위축된다는 우려의 시각들도 있다. 이 모든 걱정 속에서 원격학습을 통한 예술교육은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원격 교육의 시대 속에서 예술교육의 물리적 한계를 논하는 것 외에도 더 어려운 점은 학습자의 개별적 상황에 매몰되어 공동체성을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모니터 속 작은 박스에 갇혀버린 온라인의 상태에서는 서로 협력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사회적 인간을 위한 교육이 요원해진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상황은 물리적, 정서적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개인보다 지역사회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문화를 위한 시민성 교육의 측면의 교육을 논하는 견해에 동조하며, 오히려 이러한 국가 재난의 시대, 개인 간의 의사소통과 자유가 제한된 시대일수록 ‘나’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시각, 나를 둘러싼 지역사회에 관심을 두는 교육은 안전이라는 물리적 상황보다 정서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과거에도 이러한 공동체의 가치를 위한 학교 예술교육은 지역사회를 다양한 개념으로 연구되고 유사 영역으로 확장되어 실천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지역 또는 공동체의 구성원과 직접적 협력을 취하는 활동이나 지역사회의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 지역과 공동체의 현장을 직접 교류하고 활용하는 활동들이 그 예이다. 이러한 교육 활동은 관련 기관 단체, 예술가 등의 협력, 지원, 이들 간의 성공적인 연계 협력을 강조하거나 학교 밖 지역에서 일어나는 실제적, 물리적인 예술활동이 공동체에 끼치는 영향력과 가치를 탐색하는 연구들에서 그 흐름을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는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적 가치와 개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거리를 두는, 직접적 교류와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의 가치와 실천을 어떻게 대응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크다. 직접적 표현과 경험에 크게 의존하는 시각예술교육에 있어 직접적 교류의 제한이라는 정책은 커다란 제한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때에 오히려 지역사회,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더욱 요원하다는 점은 역설적 상황인 것이다.

시공간에 대한 한계가 없어진 셈일지도 모른다. ‘장소’와 ‘거리’를 한정하여 실행하던 과거의 교실에서 이제 ‘장소’와 ‘거리’의 제한, 벽이 사라진 가상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의사소통은 우리의 시공간을 가깝지는 않지만, 밀접한 관계로 바꾸어 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시공간의 경계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매체에 익숙해진 이때, 물리적으로는 제한되었으나 오히려 경계가 없어진 상황을 강점의 상황으로 바꾸어 나가는 사고의 전환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내가 근무하는 지역은 계속된 인구 유입으로 인해 급속하게 변화하는 신도시로, 신설된 5년 차의 학교에서 이러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었다. 학부모, 학생, 근무하는 교사들조차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종종 언급할 정도로 이들에게서 문화적 공동체로서의 동질감이나 자긍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생들 대부분이 외지에서 나고 자란 이주민이었고, 대부분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근방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더라도 우후죽순 알 수 없는 건물들이 세워지는 지역의 공간은 그 변화를 다 살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가 진행되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학교라는 공간은 서로 이질적인 개인들 속에서 공동체 문화를 학습하는 유일한 기관이라 할 수 있었지만, 원격의 시대가 되니 개개인이 흩어지고 더욱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은 심해진 것이 분명했다. 연구자는 이러한 실태를 지켜보며 모든 교육 구성원의 삶의 기반이자, 재난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공동체성,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보다 절실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를 주제와 가치를 중심에 두고 ‘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삶의 기반이자 이해가 필요한 학습 활동을 실천해보고자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받아들였던 ‘원격수업’이지만, 우리가 사는 공간,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중심에 두어 이 사태를 개선할 가능성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에 따라 학습자가 직접 살고 가꾸어 가야 하는 자신의 공간이자 문화가 되는 지역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성과 새로운 시대의 시민성, 정체성을 체득할 수 있는 교수·학습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2021_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교육에 대한 '몹시 가벼운' 소논문을 작성하며,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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