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난중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라 Apr 22. 2017

'착한' 이기주의자의 악마성



배려는 철저히 상대방에게 맞춰져있어야 한다. 즉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가 납득 못하겠으면 그냥 당신이 하는 행동이 배려라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그러면 진실하기라도 하다.

당신 기준에서의 친절을 베풀어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그건 절대 배려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아무리 나름대로 스트레스받고 힘들더라도. 심지어 그런 '배려'는 때론 폭력이다.


그럼 남만 생각하면 내 마음은 하나도 안중요하냐고? 그 볼멘 질문이 툭 튀어나온다면 당신은 지금 아주 솔직해진 거다 그게 바로 당신의 마음이다. 당신은 처음부터 당신 마음이 정말 훨씬 훨씬 더 중요할 뿐 배려할 준비가 안돼 있다. 진짜 배려를 하고 싶었던 사람은 절대 이런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진짜 배려를 하고 싶었던 사람은 맨날 혼자 상처만 받겠다고? 아니다. 진짜 배려하고 싶었던 사람은 상대방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공감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상대방이 편안해지는 그 자체로 자신도 행복해진다. 아주 단순하다. 목적이 상대방의 행복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행복해지면 특별히 누가 날 우쭈쭈 안 해줘도 나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남들한테 사랑받고 싶다는 알량하고 귀여운 마음 하나 만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의 감정이 중요한 건 나쁘지 않다. 아니 이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근데 앞에서도 말했듯 그럴 거면 진실하게 일단 자기감정부터 충실해야지 착한사람 되고 싶은 뽕에 자신을 속이고 상대를 속이며 논점 흐리지 말라는 거다. 배려할 능력도 그릇도 안 되면서 배려맨 되겠다고 우기지 말자는 거다. 차라리 지금 내 감정이 위로받아야 하는 것이 제일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거에만 집중하라는 거다.


자꾸만 "나는 이 분위기를 좋게 해보려고 그런 거였어" 또는 "우리를 위해 그런 거였어"라는 식으로 공동체를 위하는 척하고 남들은 이기적인 사람 취급하지 말라. 심지어 당신은 그 과정에서 가장 위로받아야 할 상처받은 이를 이기적인 사람 취급할지도 모른다. 아 그 폭력이란, 정말 어찌할 것인가. 또한 배려맨 정신승리 과정에서 당신은 당신 스스로의 감정에만 취해서 문제의 핵심을 못 보고, 진정 수반될 반성을 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정말 괴물처럼 상대방의 가슴에 엄청난 상처를 내고 있다. 본인이 착하고 심지어 언제나 남들에게 피해 입었던 약자라 평생 믿고 살았던 당신은 다소 충격적이겠지만 당신은 정말 당신의 특화된 방식으로 굉장히 많은 사람을 개새끼 취급하며 상처 주고 살았다. 너만 모르고 너만 인정 안 하고 있었을 뿐



"자 그래 알겠어 나 잘못했는데 너도 잘못했잖아" 라던가 상처받은 유일한 당사자의 마음에 요만큼도 공감할 시간도 가져보지 않고는 "니 감정만 생각하지 말고 가족(친구, 사회)을 생각해"라는 식의 말만 해놓고는 본인을 객관적이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 믿지 말하지 말자. 제발.


남을 위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에 100% 공감하기 위해 귀 기울이는 훨씬 고등한 일이다.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당신 자신부터 좀 알고 스스로의 욕망부터 해결하고 나서 감히 남을 위한다 하길 바란다. 자기가 진짜 뭘 원하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진짜 남을 위하는 방법이 뭔지도 모르고 알아도 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무슨 배려를 한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그래서 그토록 배려왕인 당신은, 당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의 존재인가? 어디 별로 안 친한 사람들한테 좋은사람 소리 듣는 거 말고




매거진의 이전글 연인과의 소통 문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