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라 Nov 01. 2018

<1장> 질투

2화 내가 속 좁은 거야 니가 이상한 거야? 

지난주 질투 시리즈의 시작으로 일반적인 질투 상황과, 싸움 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되묻기 방법'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혹시 안 보신 분이 있다면 https://brunch.co.kr/@baeluna/74 
오늘은 지난주에 예고드린 대로 질투할 수밖에 없이 만드는 절대 용납 못할 상황들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글을 읽고, "날 미친사람 취급 마 니가 이상한 거야!"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0. 


대학교 때 남자친구(아마 앞으로도 제일 자주 등장할 것 같습니다) A 씨는 여학우들과 사이가 좋았습니다. 십여 년이 지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특별히 사이가 좋았다기보다는 '여학우들과 사이가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자'에 가까웠지만요. 저희에게는 이런 일이 잦았습니다. 


* 술 마시면 자주 연락이 두절된다 

* 내 앞에서 몇몇 여사친의 칭찬을 아주 자주 한다 

* 내 칭찬은 거의 안 한다 

* 피곤하다고 날 못 만난다고 한 날도 여자 동기가 만나자고 하면 만난다 


당연히 자주 싸웠죠. 지겹게 싸웠습니다 불행할 정도로요. 그런데 싸움보다 더 괴롭고 피곤하고 슬펐던 건 머릿속 혼란이었습니다. 혼란이 왜 생겼냐고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로 그 패턴 때문이지요 


1. 


위에 상황들에 대해 당시 남자친구인 A 씨 입장은 이랬습니다. 


* 술 마시고 집에 와서 기절했다. 폰 충전도 안해놔서 꺼졌다.  

* 걔들은 다 그냥 친구다. 너랑도 같이 만난 적 있지 않냐 

* 아니 그냥 사람이 좋은 점이 있으면 칭찬할 수도 있지 그게 뭐가 문제냐 

* 넌 좋아하니까 내 여자친구인건데, 새삼 무슨 칭찬이냐 

* 넌 안 만나고 여자 동기라 만난 거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된 거였다 


'바람'이 아닌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하지만 정말 괴로운 건 바람 or 아님 이분법 속에서 둘 다 아니라면, 내 괴로움의 실체는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전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의심하는 속 좁은 사람이었고, 고작 남 칭찬도 고까워하는 못난이었으며, 나만 만나달라고 하는 바보가 돼버렸거든요. 남자친구는 '아무일 아닌데 왜그래!' 라고만 하고 친구들은 '그냥 신경 꺼!' 아니면 '헤어져!' 라는 말 뿐


마음은 엄청 괴롭고 찝찝한데 말할수록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일이 사귀는 내내 반복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생각해낸 해법이라고는 최대한 A에게 무신경하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고 생각을 무디게 하려 애쓰는 것뿐이었지만 당연히 안됐지요 


제가 속이 좁았던 것일까요

그 친구가 이상했던 것일까요? 


2. 


그 뒤로 오랜 망한 연애들의 끝에서 제가 깨달은 건 A가 100% 잘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술 마시고 기억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칭찬할 일 있으며 칭찬할 수 있죠 남녀노소 누구든 누구 앞에서든요, 여자친구라고 맨날 칭찬해줘야 하는 거 아닌 것도 맞습니다, 피곤하면 여자친구 안 만날 수도 있죠 애인보다 친구가 더 보고 싶을 때도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100% 잘못했습니다. 

왜냐면 제 마음에 조금도 공감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의 잘못은 바로 그것이었고 

그때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때론 섭섭하고 때론 걱정되고 때론 의심도 됐던 제 마음에 그 친구는 단 한번도 공감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제 마음을 설명하고 감정을 표현해도 제게 돌아왔던 것은 니가 예민하다는 반응 또는 회피뿐이었죠. 제가 그 모든 상황들을 A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A의 감정에 공감해보려 몸부림치던 시간에 A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을까요. 아마 제가 기 빨리고 지겨웠겠지요. 누군가에게 내가 괴물이 되어간다는 걸 알지만 스스로 제어가 안되던 20대는 참 암울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질투 문제로 마음 아픈 분들에게 묻겠습니다.

혹시 지금 정말 아픈 이유가

질투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에 조금도 공감하려 하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 때문인건 아니신지요


3. 


결론입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질투와 관련되어 반복적으로 한쪽이 고통을 받지만, 상대방이 그 상황에 전혀 공감하려 하지 않을 때' 


해결책은

이별뿐입니다. 

왜냐하면 질투 문제는 연인 사이에 굉장히 예민하고 속상한 문제인데 이 부분에서 상대의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당신을 정말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둘 다 연애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못 헤어질 것 같다고 해도 이런 상황인 연인에게 남은 날은 불행뿐입니다. 사실 당신과 연인으로 정이 떨어졌더라도 인성이 올바른 사람이면 고통을 오래 방치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오래 지속됐을 경우 전자의 인성문제일 가능성이 가장 많구요 그런 사람은 고쳐쓸 수 없습니다. 


4. 


하지만 당장 헤어지긴 어려우시죠 뭐라도 해보고 싶으시고요. 아니면 애인이 아니라 남편이라서 쉬이 이혼이 쉽지 않거나 뭐 이런저런 복잡한 여러 상황들이 있을 겁니다. 가시밭길을 택하시겠다면 어쨌든 그 길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몇 가지를 기억하세요 


1) 바람 or 안 바람의 이분법에 갇히지 마세요 

바람이 아니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게 아닙니다. 저 이분법에 갇히면 "내가 걜 좋아했었으면 너랑 안 사귀고 걔랑 사귀고 있지 않겠냐?"에서 끝나버립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연인 관계에서 진짜 중요한 건 문제에 대한 해결 자세거든요


2) 연락두절은 이해하지 마세요 

잦은 연락두절은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유와 논리가 필요 없이 당연히 용납 못할 거예요 그냥 염소랑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되는 거랑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요? 정 떼셔야죠. 못 떼시겠죠? 그럼 간단합니다. 정말 그 시간에 뻗어 잤는지 증거자료 제출시키세요. 통신사 통화내역 뽑아오라고 하시면 됩니다. 참다 참다 딱 하루 뽑아오라고 하면 운 좋게 진짜 잔 날이 걸릴 수도 있으니 쎄했던 여러 날 지정해서 당신을 사랑하고 신뢰를 깨기 싫은 억울한 사람이라면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에 흔쾌히 동의하며 제출할 것이고, 뒤가 구리거나 신뢰가 깨지는 건 이제 별 상관없고 지켜야 할 어둠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을 모욕하거나 차일피일 미루거나 하겠죠.(참고로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양식 다운로드하여 신청하면 빠르면 2-3시간 안에 통화내역 나옵니다) 별다른 상대와 연락하지 않았어도 내 연락 씹고 친구들 연락은 잘 받고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예의없는 행동이고, 정말 늘 자고 있었으면 앞으로 서로 걱정없이 만나면 되고, 대어를 낚으시면 뭐- 그것도 그거대로 재밌을지도 모릅니다. 사랑과 전쟁 한편 찍는거죠 


3) 자존감 문제는 두 번째로 생각하세요

자존감 낮은 못난이들이 상대방 목 조르고 힘들게 하는 거 진짜 못 참고 환장할 짓이죠. 

근데 그렇게 남 괴롭히는 못난이들은 자각 능력이 없습니다. 즉 당신이 지금 '난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아무 일 아닌 것에 자꾸 상대를 질투하고 괴롭히는 건 아닐까'라고 많이 괴로워하신다면 반대로 당신은 못난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스스로 약한 부분이 존재할 순 있겠죠. 하지만 문제의 제1 원인은 당신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문제의 원인을 자꾸 제공하는 상대방이지, 당신의 쓴 뿌리가 아닙니다. "날 쪼잔한 머저리 취급 마 니가 비겁한 거야"라고 한 뒤에 내 자존감을 점검해도 늦지 않아요 





다음 시간에는 반대로 절대 용납 못할 찌질한 질투 유형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공유를 통해 힘을 보태주세요 

못난 과거를 짜내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장> 질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