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결혼이 준 뼈아픈 교훈> 1화
브런치북 연재스토리
<망한 결혼이 준 뼈아픈 교훈> 1화
엄마를 피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결혼한 걸까
우리 집은 전형적인 기독교집안
베이비붐 세대 부모 집이다.
그중에서도 좀 더 무서운 특전사 출신 아버지에게
매섭게 맞으며 컸고
언제나 칭찬보다 비교와 비난이 익숙한
엄마의 폭언 속에서 컸다.
딸만 있는 집이다 보니 통금도 엄격했다.
매일같이 두들겨 맞는 날 보며
친구들은 집을 나오라 했지만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 같은 사람은 무기력이 습관이다.
대학도 서울로 다녔고 일도 서울에서 하며
딱히 집에서 멀어질 조건이 없이
그저 부모를 벗어나기 위해
100% 내 돈으로만 살 자신은 없었고
다 늙어 음악하겠다고 나서면서 돈은 돈대로 더 없었다.
이런 내가 부끄러운데
더 불이 나게 일을 할 힘은 없고
사람들이 ‘니가 덜 괴로워서 그러고 살지’라며 욕해도
할 말이 없겠다고 혼자 자기혐오만 하며
부모님 집에서 그렇게 32살까지 살았다.
그러다 전남편을 만났고
자취를 하던 전남편 집에 있던 날이 하루이틀 늘어갔다.
처음에는 쥐 잡듯 잡던 부모님도
너무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그 서슬 퍼런 양반들도 혼내는 것에 지쳐가기 시작했고
연애 1년째 함께 강아지를 키우면서
본격적으로 동거가 시작됐다.
엄마와 떨어져 사는 건 정말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걸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히 그전에
내가 불행한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새롭게 살아보니,
난 별로 행복한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결혼도 자연스럽게 결심했던 것 같다.
혼자 살 돈도 용기도 없는데
엄마와는 떨어져 있고 싶으니까.
아니 사실 결혼을 하기로 했을 때는
놀랍도록 큰 결심도 무슨 생각도 없었다.
저런 이유들은, 돌이켜생각해보니 떠오른 것들이다.
살면서 그리 결혼을 바라지도 않았고
‘적령기’라는 것을 겁내지도 않았고
정말 ‘그냥’이라는 말 밖에 표현할 수 없게
난 결혼의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글을 연재하며 지겹도록 얘기할
‘수치심’과 ‘돈‘이라는 내 밑바닥이 지금부터 등장하는데
이렇게 도피하듯 결혼을 선택했다는 생각은
위기 상황 때마다 나를 좀먹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