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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squeen Aug 30. 2021

지키고 견디고 버티고

엄마라는 이름


살면서 나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준 사람은 누구일까.

어린 시절엔 우리 엄마였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죠.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막연히 그런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살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밥 먹을 때도 예쁘다, 피아노 칠 때도 예쁘다...


늘 내 이름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엄마

이름 석자 대신 내 이름 뒤에 붙은 '누구 엄마'익숙해서, 우리 엄마는 날 때부터 내 엄마로 태어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사회에 나가 내 이름 석자로 밥 벌어먹고

사는 나이가 되다 보니 직장이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도 다양해졌습니다.


"아무개 씨" "기자님" "차장님" "팀장님"  "선배"..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고, 내 이름을 부르지만

나를 가장 간절하게 부르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 집 꼬마 아가씨.


"엄마!"

"엄마?"

"엄마~"


살면서 나를 이처럼 애타게 찾고, 간절히 불러준 사람이 또 있을까?...


사실 나는 엄마가 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저 기자라는 직업이 좋았고, 내 일이

좋았고, 이름 석자로 기사 쓰며 활동하는 게 좋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초보 엄마' 답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처음엔 아이가 참 낯설었습니다. 부모가 될 준비가 안되어있었던 탓인지

갑자기 엄마가 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장난감도 많이 사주고 예쁜 옷 많이 입혀주고

맛있는 것만 사주면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습니다.


새 장난감은 딱 하루? 길어야 며칠이면 흥미를 잃었고, 예쁜 옷의 기준은 내 스타일과 아이스타일이

달라, 아이 스스로 옷을 고르기 시작한 순간부턴

그것도 의미가 없었습니다. 맛있는 것도 집밥에 된장찌개, 계란  후라이를 제일 좋아하는 아이에겐

외식 같은 히든카드는 먹히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건

새 장난감도, 예쁜 옷도 아닌

그저 엄마가 오랜 시간 함께 있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뭘 원하는지 깨달은 날부턴

퇴근 후 술 약속이 없으면 집으로 가서 책을 읽어줬습니다. 너무 피곤해 목이 잠긴 날도

성대모사를 해가며 재미있게 책을 읽었습니다.


주말엔 계란판,  빈병 등 재활용품으로

함께 거북선도 만들고 작품을 만들면서

새로 산 장난감으로 놀이하는 것보다 더 즐겁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엄마표 미술놀이, 엄마표 과학놀이를 하면서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 엄마의 기억 속에는 선명한,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을 마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잘 웃고, 잘 울고, 겁은 많지만 의외로 대범한

딸아이의 모습 속에서 7살, 8살 나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보며, 부모가 되면 인생을 두 번 산다고

하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올해는 학부형이 돼 부쩍 성장한 아이를 보며

'이렇게 간절히 나를 찾고, 나를 필요로 할 날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쁜 기자 엄마, 자기 일을 좋아하는 기자 엄마의

딸이라, 4살 때도 집에서 마이크 인형 잡고 "MBC 뉴스 ooo입니다"를 외치며 기자 놀이를 했던 우리  딸.


초등학생이니 다 큰 줄 알았는데, 요즘 엄마의 사랑이

부족했나 봅니다.  어젯밤 아파서 응급실에 왔고, 조금

전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로 올라와 잠들었습니다.


"엄마가 미안해.

우리 딸 아픈데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

대신 아파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마음이 아파서 아이에게 이런저런 얘길 하는데

아이가 제  손을 꼭 잡고 말하더군요.

 

"엄마, 눈이 촉촉해 보여. 울어?

엄마는 미안할 거 없어. 이렇게 곁에 있어주는 게

얼마나 큰 건데. 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

엄마도 아프면 안 돼. 나도 안 아플게."


부모는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파주고 싶은 심정이죠.

늘 해준 것보단 못 해준 게 가슴에 남는 게 부모인데,

이런 귀한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우리 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네요.


딸! 고마워.

네 덕분에 엄마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늘 바쁘고 여유가 없는 부족한 엄마지만

엄마는 네가 참 고맙고, 자랑스럽다.

빨리 회복되어서 우리 더 신나고 재미있게  

같이 놀자. 사랑해.




어른이 되어가면서 느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삶의 무게, 자리의 무게를 느끼면 느낄수록


그 자리를 지키고 견디고 버티는 게

더 어렵다는 사실을요.




계란판과 면봉으로 꿀벌 만들기
베이킹파우더와 린스로 눈사람 만들기
빈병에 솜과 물을 넣고 비오는 원리 알아보기
면봉으로 벚꽃 그리기
키친타올로 마법같은 재미를~
빨대 이용해 손가락 움직임 알아보기
쿠킹호일과 노끈으로 생쥐 만들기
식초와 베이킹소다로 화산 폭발 놀이
감기 시럽 약 뚜껑 활용해 도르래 만들기
다양한 모양의 쿠키~
계란판으로 동물 액자 만들기
손장갑으로  꽃모양~
계란판으로 거북선 만들기
비닐봉지와 휴지심으로 꽃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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