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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squeen Sep 18. 2021

화가, 피로스마니

'백만 송이 장미'

모스크바 노보데비치 수도원 by mosqueen


장미와 와인은 닮은 점이 있지요.     


-붉은 빛깔을 띠고 있고

-마음을 전할 때 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미와 와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조지아(그루지아) 화가 피로스마니입니다.     


니콜라이 피로스마니는 1862년 5월, 조지아의 미르자아니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농부로 작은 포도원을 운영하고 계셨는데요. 피로스마니가 8살이 되던 해 돌아가셨습니다.

얼마 후 어머니와 큰 형도 아버지 뒤를 따라가면서 피로스마니는 어린 시절을 외롭고 힘들게 보내야 했지요.     


피로스마니는 그림을 참 좋아했습니다.

불우한 가정 형편 탓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죠.      


그러던 어느 날 피로스마니는

운명적인의 여인을 만납니다.

조지아로 여행을 온 프랑스 여배우를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이죠.


피로스마니는 그 여인이 꽃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그림을 하나씩 하나씩 팔아서

장미꽃을 한 송이씩 그녀의 집 앞으로 보냅니다.

나중엔 집까지 팔고, 자기의 모든 것을 다

팔아서 마음을 전하는데, 백만 송이 장미로도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피로스마니의 사랑 이야기는

가수 심수봉 씨가 부른 '백만 송이 장미'의 원곡인

러시아 대중가요에 가사로 등장하지요.     


백만 송이 장미는 1982년 러시아 국민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부른 곡입니다.


멜로디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백만 송이 장미와 같지만, 원곡의 가사는 화가인 피로스마니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백만 송이 장미 (원곡/ 가사)     


Жил - был художник один, Домик имел и холсты.

옛날에 한 화가 살고 있었습니다. 화가의 집은 그에게 캔버스가 되어주었죠.     


Но он актрису любил,

그런데 그는 한 아리따운 여배우를 사랑했어요.     


Ту, что любила цветы.

그녀는 정말 꽃을 좋아했지요.     


Он тогда продал свой дом,

화가는 그녀를 위해 집을 팔고     


Продал картины и кров

자기가 그린 그림을 팔고, 마지막에는 피 까지 다 팔아서     


И на все деньги купил

그 모든 돈으로 꽃을 샀고     


Целое море цветов.

그 꽃은 바다를 이룰 만큼 정말 한 가득이었습니다.     


Припев:(후렴)     

Миллион, миллион, миллион алых роз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붉은 장미     


Из окна, из окна, из окна видишь ты:

창가에 서면, 창가에 서면, 창가에 서면 당신이 보겠지요.      


Кто влюблен, кто влюблен, кто влюблен, и всерьез,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사람이     


Свою жизнь для тебя превратит в цветы!

자신의 삶을 모두 다 당신을 위해 꽃으로 바꿨다는 것을...          





피로스마니 식당 내부 by mosqueen
피로스마니 식당 by mosqueen


모스크바에 가면 피로스마니 이름을 딴

조지아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마다 찾는 곳인데요.


조지아 음식과 와인을 맛볼 수 있고, 특히 피로스마니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유명해진 곳입니다.      


모스크바 유학 시절, 특별히 기념하고 싶은 날이 있으면 피로스마니 식당을 찾아가곤 했는데요.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도 식사 비용이 1인당 우리 돈 1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정말 큰 마음먹고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모스크바 피로스마니 식당에서 바라보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의 풍경은 참 아름답습니다.


피로스마니 식당서 바라본 풍경



노보데비치 앞에 작은 호수는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 곡의 영감을 준 곳이란 얘기도 있는데요. 식당 작은 창가에 앉아 수도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사람 마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피로스마니는 사후에 더 유명해진 화가입니다.

그러고 보니 피로스마니가 '장미의 계절'로 불리는 5월에 태어난 것도 운명인가 싶은데요.


가난했지만 그림을 좋아했고, 그 그림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꽃을 바쳐서 마음을 전했던 화가 피로스마니. 비록 피로스마니의 사랑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도 피로스마니의 그림을 찾고, 피로스마니의 이름을 딴 와인을 찾아 마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지아 피로스마니  와인


저는 와인을 잘 알지 못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조지아 와인을 즐겨마셨습니다.

무크자닌, 흐반치카라 같은 프리미엄 와인을 좋아했는데, 최근엔 조지아에서 피로스마니 와인을 많이 판매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직 조지아를 여행해본 적은 없지만, 꼭 한번 피로스마니가 나고 자란 곳을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면 모스크바 유학 시절 처음 맛보았던 하차푸리(치즈빵)와 붉은 빛깔 와인 한잔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의 어원이 ‘붉다=아름답다’란 뜻인데, 그러고 보니 붉은 장미로 사랑을 전한 피로스마니의 삶도 참 붉고, 아름답네요!     


조지아 화폐에 나오는 피로스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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