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 외칩니다. "ㄱ대표도 가능합니다!"
주말은 '도오오련님' 생일이었고, 나보다 다섯살은 어린데 키는 산적처럼 크면서도 꼬박꼬박 나를 형수님 이거 아세요? 형수님 원래 이거 알고 계셨어요? 말거는 우리 귀여운 도오오련님을 나는 좋아라하므로, 시댁과 생일 잔치 겸 밥을 먹자고 제안하였다. 일정을 조율해보겠다고 하며 온 아버님의 카톡
"김원장이 토요일 오전에 일하니 김원장도 같이 먹으려면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나는 내 친구들과 작은 사업을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되었고, 위험 회피주의인 우리 시어머니는 그런 나를 매우 걱정 어린 눈으로 늘 쳐다보시며 “자본금은 어디서 나니” “모아둔 돈을 많이 쓰는거니” “돈 쓰는 곳에는 최대한 적게 넣어라” 등의 조언아닌 조언만 해주실 뿐이었다. 사위가 선배 병원에서 나와 개원을 준비할 때에는 매일 같이 인테리어 공사하는 곳엘 가서 창틀도 닦고 현장도 지휘했다는 분이 며느리가 사업한다고 하니 응원의 한 마디 없이 입 꾹 닫고 있다가 가끔 하신다는 말씀이 “자본금은 최대한 적게써라” 같은 것이니 나는 그냥 방해나 하지 말아주십쇼 싶었다. (사실 이날은 빠직 하여 어머님께 Innocent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하긴 했다. “왜요 어머님? 써도 저희 집 돈일텐데요.” 어머님은 그러면 이런 버릇없는 것! 하고 매우 치지는 않고 칫 하고 매우 말이 없으시다.)
시아버님은 가끔 연락오셔서 “잘 놀고있지?” 하는 문자를 보내곤 하셔서 내가 장난스레 남편에게 아버님이 나 사업하는 것 알고있는거지? 나 놀고있는 걸로 착각하시는 것 같아, 물론 재밌게 일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나 자다가 깨서 사업 고민하는 건 전혀 모르는 것 같아 하하! 하고 넘어가곤 하였다.
아버님은 지난번에 가족 모임에서 나를 만나서는 “사업 잘 되는거야?” “매출은 얼마나 되는거야?” 묻고는 내가 얼마 정도 됩니다 하니 “한 달에? 일 년에? 고작?” 이정도의 장난어린 말을 하셨다. (말씀드린 금액은 “억”단위였다.) 장난 어린 말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조금 즉각적인 고혈압 증상을 겪었는데, 이럴때 한 성격하는 나는 목구멍 끝까지 “일평생 공무원으로 일하시며 100원도 스스로 팔아보지 않으신 분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 이런 말이 정말 배를 지나 가슴을 지나 목구멍을 지나 혀 끝까지 올라오지만, 앞니와 혀를 부딪히기 전에 찬물을 마시며 넘어간다. 하하 웃으며 넘어간다. (하하..^^.... 하면서)
상황이 이러하니 나는 시댁이란 식구에게 사업적 도움을 받는 것은 기대도하지 않고 다만 나의 멘탈을 방해나 하지 말아주십사 싶은 마음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위 병원이며 영업 시간이며 지도며 연혁이며 카톡 프로필 사진이며, 카카오 스토리며, 사촌에 사돈에 팔촌까지 온동네에 과시하듯 자랑하고 홍보하는데 열성인 분들이 며느리 사업은 가끔 만나 제대로된 응원 하나 해주지 않는 것이 못내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만날 가족 모임에, 살갑게 며느리가 만나자고 하여 만나게될 모임 날짜 선정에서도 사위의 일정을 말하면서 김원장은 언제나 시간이 되네 안되네 하고있으니 조금 분한 마음이 솓더라. 아니 몇 번을 말하나 그 사위나 저나 비슷하게 번다니까요. 하여 약간 부아가 치민 마음을 표하고자 나 스스로 “O대표도 토요일 오후 가능!” 했다.
하고는 좀 민망했다. 누가 뭐 신경이나 쓴다냐. O씨 가문에서 시집 온 그 가끔 깜찍하게 행동하지만 가끔 부잣집 딸이라고 으시대는 그 영 밥맛없는 며느님이 언제 시간이 되든 누가 뭐 신경이나 쓴다냐. 그래도 나는 내 일정을 공유했다, 알아서 날짜 정해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