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하는 동생의 손이 종종 녀석의 얼굴로 향할 때, “그럴 땐 오른팔을 들어 얼굴을 막아!” 엄마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는 은수의 얼굴을 보고 아내와 나는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도 웃어 보이질 못했다. 쪼르르 달려와 동생의 행동을 고자질하는 녀석의 얼굴 또한 전혀 밉지가 않다. 물론 동생을 자극하는 건 은수이자 은수가 한 행동이지만 어느샌가 동생에게 달려가 “그러면 나쁜 손~” 아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알려준다. 한 대 더 맞을지도 몰라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동생 옆을 서성이면서.
어린이집에서도 동생(친동생이 아니라)이 휘두른 손에 맞아 긁히고 찍힌 자국이 여럿이다. 본인은 ‘관심’이라고 하나 상대방은 ‘상관’이라고 하는 지점이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다. 어제는 나와 같이 동네 놀이터를 갔는데 시우 또래 아이에게 무작정 싸대기를 맞았다. 정확히는 싸대기를 날릴 틈을 인지하고 팔로 막아서는 바람에 웃머리 통을 가격 당했다. 훈련의 효과인가, 그래도 다행인가, 하며 좋아해야 하나. 계단에 버티고 있는 저 아이가 무서워 미끄럼틀을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은수에게 다가가 “그럼 나쁜 손이야~” 이렇게 얘기해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분이 풀리지 않아 시우를 앉혀놓고 ‘복수해줘! 시우야, 누나를 때린 녀석이 저기 있어. 너 잘하는 거 있잖아~’라고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아빠는 이런 마음으로 시우랑 작전을 짜고 있는데 녀석은 어느새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저만치,
천사처럼은 아니어도 착하다, 은수는. 고작 이런 일들로 착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 착함이 자랑스러워하는 말도 아니다. 아내의 말을 빌어 그 심성 때문에 이리저리 치일까 염려되어하는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그런 이유로 상처가 되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난히 말이 많은 탓에 은수의 이야기를 흘려들은 적이 많다. 집안일하느라 은수의 바람을 뒤로 미룬 일도 적지 않다. 왜 아빠의 바람대로만 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는 은수에게 난 매일을 아빠와 엄마의 바람대로만 묻고 답한다. 그럼에도,
오늘 그리고 앞으로도 뜬금없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은수의 말에. 행동에. 두 손은 동생을 안고 있지만, 두 눈은 걸어갈 길을 보고 있지만. 마음은 늘 너에게 가 있다. 뭐지, 이 연애하는 기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