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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Feb 18. 2016

연구일지를 시작하며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고민하는 연구원이 되다

그래, 에이치 뭐? 네가 공부하는 게 뭐라고 했지?


굳이 인용부호를 붙이지 않아도 되지만 너무 많이 들은 이야기라 꼭 붙이고 싶었다. HCI를 공부하기로 했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을 때, 항상 부모님께선 되묻곤 하셨다. 그게 뭐라고 했지? 하시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HCI에 대해 설명을 드려도 감이 잘 오시지 않는 눈치였다. 


"엄마 아빠, HCI는 사람과 컴퓨터에 관한 분야이고 쉽게 말해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만드는 거 공부하는 거예요." 


이렇게 HCI를 설명하기는 정말 싫었지만 이해를 위해 항상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그러고 나면 엄마 아빠의 표정은 '고작 어플 만드는 거 공부하려고 석사를 하겠다는 거니?'하는 것 같은 복잡 미묘한 표정이 되곤 했다. 


친구들에게 HCI를 소개할 때에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부시절 경영학을 공부한 필자는 같은 과 친구들에게 대학원 전공을 설명할 때도 애를 먹었다.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은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을 말하는데, 기존에 심리학과 컴퓨터과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본격적으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시작한 거야. 이렇게 설명을 하고 나면 친구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오~'하며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래 네가 멋진걸 공부하는구나 하는 감탄을 하곤 했다.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내가 공부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공부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HCI를 자신의 언어로 정의하고자 온갖 정의에 대해 찾아봤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CHI)은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이 분야에서는 전산학, 심리학, 산업공학 등의 서로 다른 연구분야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작용은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에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발현되는 작동을 의미하는데,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포함하며, 최근 상황 지각 컴퓨팅(context-aware computing)의 등장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정의를 주변 상황에까지 확장시키고 있어, 그 의미가 차츰 모호해지고 있다.
(source: Wikipedia)


일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노출될 것 같은 위키피디아를 들여다본 결과 정의의 끝에 '그 의미가 차츰 모호해지고 있다'라는 말이 와 닿았다. 그만큼 HCI라는 분야가 확장되고 있으며, 사람들마다 각자의 정의가 달랐다.  그때부터 나는 만나는 지인들 마다 "HCI가 뭐라고 생각하세요?"하는 식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학문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컴퓨터 과학인데 인간 요인(human factors)을 다룰 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HCI는 일종의 커뮤니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나의 정의는 계속 바뀔 것 같다. HCI가 무엇인가를 경계를 긋고 정의 내리기엔 계속 변화하는 분야인 것 같으니 말이다. 필자는 학부시절 열정적으로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을 따라 공부를 하려고 왔더니 HCI를 만났다. 제대로 알아가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덜컥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겠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중요해진다. 또 사용자에게 유익하고 바람직한 쪽으로 그것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HCI/UX공부가 꼭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하루하루 배우고 깨달은 것을 남기고 공유하고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하는 신선함을 주고 싶다. 그렇다고 뻔한 얘기를 안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때로는 과감한 생각들까지도 낱낱이 적을 테니...


여담이지만, 어머니께서는 필자가 어렸을 때 자동차를 사달라고 그렇게 울고 불고 해서 집 찬장 한쪽이 자동차 장난감으로 가득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 이 길로 오게 되었나, 가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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