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 명상일기 - 생각은 가짜
나는 왜 이렇게 쓸모가 없을까?
이사도 하고 출근도 하고 변화를 많이 겪으면서 2월에도 몸살을 달고 살았다. 괜찮은 날이 없었다. 복직해서 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욕심내지 않고 내 몸에 맞게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불과 몇 달 전에 비하면 통증도 없고 살 만한 편이라 감사할 따름이기는 한데, 아플 때마다 아무것도 못하니까 혼자 땅굴을 파면서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 속에 빠지면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사고를 일삼는 게 나의 습관이었다. 우울이라는 습관이 뿌리가 뽑힌 것은, 마음빼기 명상 덕분이다. 사람마다 그 모양은 다르지만 저마다 '생각'을 일으키며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몸이 아픈 것도 마음이라는 데 동의는 하지만 막상 아프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뒷전이 되기 쉽다. 마음빼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 노력마저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어놓는 것보다 당장은 힘든 마음을 외면하는 일이 더 쉽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센터에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데, 그 분들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몸과 함께 굳어 있던 마음이 좀 녹아내렸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 명상을 하니까 빼기도 더 잘 되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나의 생각이 늘 나를 힘들게 했었다. 오늘 "나는 쓸모없다"는 생각 한 조각을 버리면서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는 자기 생각이 진짜라 속을 때가 많지만 다른 사람이 되어 보면 '생각이 가짜'임을 더 쉽게 인식할 것이다. '생각'이 마음이고, 그것이 가짜다. 가짜라서 버릴 수가 있다. 생각이란 세상에는 없고 나의 뇌 속에만 있는 허상이기 때문이다. 방법대로 차분하게 버렸을 뿐인데 시원하게 버려지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쓸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마음이 편하다.
쓸모없음도 쓸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