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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Apr 05. 2020

희망, 당신의 이름

<leaf story> 김선영 작가님 화실 방문 후기


일주일 전, 김선영 작가님 화실에서 원데이로 수채화를 배웠습니다. 작품 두 점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더니 너무 피곤해서 블로그에 짧게 기록했지만, 작가님의 작품과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던 터라 그냥 지나치고 싶지는 않네요. 만의 해석으로 작품을 읽기를 바라시는 작가님의 바람처럼 저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을 일기처럼 조금 더  봅니다.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아이들입니다. 올해 작은 학교에서 미술 전담을 맡게 되어서 고민이 많던 중이었어요. 미술 말고도 다른 과목도 가르치고 2~6학년을 다 만나야 하다 보니 더 어렵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고민하시는, 함께 머리를 맞댈 좋은 선생님들이 계셔서 힘이 됩니다.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함께 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조금씩 나아가려고 해요.


<leaf story>, 김선영 작가님, 2019


김선영 작가님의 작품은 모두 제목이 <leaf story>입니다. 이미지로 보았을 때도 그림이 너무 따뜻해서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그러했습니다. 작가님만의 방법으로 잎 하나하나를 그리고 또 그리며 쌓아 올린 그림입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작가님도 작업을 함께 하시며 새 작품을 마무리하셨어요.



작은 잎 하나가 우리의 삶이기도 하고, 또 이 나무 한 그루가 우리의 삶이기도 합니다. 그림도 삶과 같아서, 완성하기 전에는 어떤 작품이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이 가는 대로 다음 획을 그리는 것이겠지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힘든 시기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세상을 감동시키고, 저마다 할 수 있는 일들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나 혼자는 너무도 작은 존재 같지만, 우리가 모두 이어져 있는 하나의 나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 시기를 더 따뜻하게 지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leaf story>, 김선영 작가님, 2019


닮았지만 또 다른 나무들. 우리들 모습 같습니다. 


그림도 마음의 표현입니다.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왜 그림이 따뜻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아름다운 마음을 품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다양하듯 선생님들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교사라는 옷을 입고 느낀 것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라고 요구받지만 정작 교사로서의 자율성은 통제되는 모순이었습니다. 받아 본 적 없는 교육을 해야 하니 어려운 것은 당연하겠지요. 시행착오를 함께 해 나갈 여유가 필요합니다.


여러 나무가 함께 있는 작품도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마음만은 따뜻하게 서로 함께 하며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나 보아요.



붓도 다양한 사이즈가 있습니다. 머금을 수 있는 물감의 양이 달라요. 자꾸자꾸 충전해주어야 합니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릴 땐 붓도 자주 씻어주어야 했어요.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웠지만 내가 쥔 붓으로 물통, 팔레트, 화지 위를 오가는 별것 아닌 그 행위가 어떤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것은.. 묘한 기분이었어요.


우리의 별것 아닌 작은 노력들이 만들 미래가 그렇지 않을까. 희망이란, 그저 우리 모두 이름이 아닐까. 그래서 제 작품에 <희망>이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


<희망>, 선명한 새벽빛, 2020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엄청 뿌듯했어요. 그림을 좋아하면서도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리다 보니 점점 편안해지더라고요. 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입니다.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함께 그려보고 싶어요. 미술수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팁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했. 저도 작가님처럼 아이들 성향에 맞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을 수 있게 즐거운 미술업을 하고 싶어요.


작가님과의 인연도 너무 반가웠고, 그림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어서 기쁩니다.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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