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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Oct 03. 2020

아침이 온다는 것

새벽을 지나 어느새 날이 밝는다

선명한 새벽빛


  만 서른이 되던 생일에 그와 나는 바다를 보러 갔다. 일중독으로 스스로를 못살게 굴며 지쳐 있는 나를 위해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잊고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 혼자가 아닌 생일이 6년 만. 바다와 함께 하는 생일도 처음이지만, 마음이 바다 같은 그를 만난 것 자체가 나에겐 큰 선물이다.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싶어서 눈을 뜨자마자 나갔더니 이미 해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새벽빛은 선명했다. 다시 눈을 붙였다가 정신을 차리니 붉은빛이 사라지고 환한 아침이 와 있다. 날마다 오는 아침인데, 뭐가 그리 행복했는지 나는 아침부터 눈물을 쏟았다.


  예민함으로 인해 삶의 많은 자극을 통증으로 느껴 고통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민감하게 작은 일에도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줄곧 내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결코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방황하고 또 방황하느라 고생한 나를 도닥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와 조금 더 친해지기로 한다.


  앞으로도 나의 삶에는 쉼없이 파도가 일렁일 것이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것이다. 밤이 되면 어둠이 찾아왔다가 또 아침이 되면 사라지겠지. 별것 아닌 일들에 울고 웃으며 나는 그저 나의 하루를 산다. 아침이 오는 일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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